블루오션 EMS 마저 대기업이 ‘판’ 흔들어

EMS 시장에서 사라진 中企

2013-08-05     김정덕 기자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사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난이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국내 EMS 공급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진출했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자금력과 기술력에 밀리고 있다. ‘대•중소기업이 공생하는 EMS 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 6월 11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장관이 SK케미칼의 연구소 ‘에코랩(Eco Lab)’을 전격 방문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에너지효율을 제고하거나 낭비를 막는 방법, IT기술을 이용해 에너지를 스스로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令이 떨어진 직후의 일이다.

2010년 11월 완공된 에코랩은 국내를 대표하는 녹색건물이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발광다이오드(LED) 조명•태양광 시스템 등 40여 가지 고효율 에너지 절감기술이 이 건물에 녹아 있다. 에너지 사용량은 일반 건물의 44%에 불과하다. 윤상직 장관이 에코랩을 찾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에너지수급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력소비량은 갈수록 늘고 있는 반면 수급상황은 불안정해서다. 산자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부하율은 74.1%로, 중국(84.7%)과 맞먹는다. 미국은 59.7%, 일본은 62.4%에 불과하다. 더구나 여름•겨울이 길어진 기후변화, 원전 가동중단 사태 등의 영향으로 전력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MS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종합 솔루션이다. 빌딩 에너지를 관리하는 BEMS, 공장의 에너지 효율을 꾀하는 FEMS 등 종류가 다양하다.

EMS 공급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IT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EMS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BEMS 시범보급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선정되면서 BEMS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BEMS 사업을 진행하던 LG전자는 최근 대외사업으로 전환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테크윈을 중심으로 EMS 사업을 키우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플랜트 분야에서 FEMS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동통신회사들도 BEMS 사업에 진출했다. KT는 2010년 BEMS 기술을 개발해 정부로부터 녹색기술 인증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BEMS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사업목적에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올 6월엔 샘표•코스모화학과 ‘클라우드 FEM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블루오션으로 성장한 BEMS 시장에 중소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던 중소기업은 대기업 계열사의 자금력과 기술력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올해 ‘에너지서비스기업(ESCO) 선정사업’에 중소기업들만 주 사업자로 선정하고 사업비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업계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IT 전문가는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고갈 등을 이유로 EMS 사업은 블루오션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EMS 시장을 중소기업 주도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은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할 수 있는 EMS 시장을 이제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