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습공화국인가 ?

이해익의 CEO 에세이

2013-08-05     이해익 리즈컨설팅 대표

“세습이 판치고 있다. 대기업 총수 세습, 목사 세습, 학교재단 족벌세습에 이어 최근엔 근로자의 고용 세습까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공공의료기관 근로자의 고용 세습이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한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아니 세습공화국世襲恐禍國 같다. 세습 때문에 무서운 화를 부르는 ‘공화恐禍’의 나라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세습 때문에 민주공화의 숭고한 건국정신을 무너뜨리고 부패가 곳곳에서 창궐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 ‘민주’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공화’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가를 통치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세습에 의한 군주제를 부정한 것에서 비롯된 고귀한 정신이다. 공화제란 말하자면 세습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세습이란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으로 사전에 풀이돼 있다. 그런데 현재 그런 세습이 판치고 있다.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무서운 일이다.

목사 세습에 이어 고용 세습까지

대기업 총수 세습, 목사 세습, 학교재단 족벌세습은 이미 유명한 사례가 됐다. 최근엔 근로자의 고용 세습까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공공의료기관 근로자의 고용 세습이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료원 34곳 중 14곳에서 소위 ‘고용 세습’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표 언론 중 하나인 J일보의 2013년 7월 4일자 보도 내용이다.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밝혀졌다. 단체 협약서를 분석한 결과다.

업무상 사망이나 상해 때문에 퇴직한 노조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경우는 물론 정년퇴직자들의 자녀도 포함돼 있었다. 일부 국립대학병원도 고용세습과 유사한 단체 협약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병원을 제외한 전국 국립대 병원 10곳 중 서울대 병원과 전북대 병원이 유사한 조항을 두고 퇴직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거나 채용과정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주의료원과 서울대 병원단체 협약에는 자녀 우선 채용은 물론 ‘직계자녀에 대해서는 학자보조금을 계속적으로 지급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런 고용세습은 누가 가르쳤나 반성해 볼 일이다. 사회 지도부가 먼저 세습을 만끽했다. 대기업 총수의 세습은 이제 화젯거리도 아니다. 부의 편법 증여•상속도 사실상 신분 세습의 도구였을 뿐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부의 상속과 자리싸움으로 피 튀기는 ‘왕자의 난’을 흥미진진(?)하게 봤을 것이다.

총수의 자녀들은 능력검증을 받을 필요도 없다. 사실상 능력검증이 불가능하다. 세습 기업 내에서 근무하면서 어떻게 검증을 받을 수 있나. 시나리오에 의한 홍보용 능력 검증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포장된 능력은 언론 등을 통해 주위에 알려진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제 한국은 부의 세습만 문제가 아니다. 가장 성스러워야 할 교회까지 세습에 물들어 있다.

지성의 전당 대학까지 족벌체제

세습 교회의 60% 이상이 교인 1000명이 넘는 중•대형 교회라고 한다. 누구도 선뜻 맡지 않으려는 산간이나 도서 벽지의 작은 교회를 자녀들이 승계한다면 오히려 미담 사례가 될 수도 있으련만. 이런 세습의 타락이 대기업과 대형교회뿐일까. 아니다. 지성의 전당이란 대학교도 세습으로 인해 엄청난 가슴앓이를 해왔다.
 

영남대•상지대•조선대•광운대•세종대•대구대 등 전국 수십 개 대학에서 잇단 분규가 발생했다. 사실 사학 대부분이 족벌체제로 운영되면서 비리•부패•전횡 등을 저질러 왔다. 지난해 대선 때 시대적 화두로 ‘경제 민주화’가 민심의 호응을 얻은 이유도 세습에 대한 불만과 염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haeikrhe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