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흥미로운 ‘요요현상’

이난희의 Let's make money

2013-06-19     이난희 이난희아카데미 대표

다이어트의 가장 무서운 적은 요요현상이다. 살을 뺀 만큼 다시 돌아가려는 속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식시장에도 ‘요요현상’이 있다. 주가가 추락한 만큼 만회하려는 속성을 말한다. 다이어트와 달리 주식투자자에겐 ‘즐거운’ 속성이다.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 만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요요현상을 살펴봤다.

사람은 태어나서 청•장년기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든다. 마찬가지로 주식도 일정한 사이클이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식도 끝을 보일 때가 많아서다. 이런 관점에서 주식투자자를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 상승하는 종목은 끝없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에서 고점매수를 하고,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진다. 때론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종목을 헐값에 내팽개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주식은 회귀본능이 있다. 모든 주식이 그런 건 아니지만 최소한 실적을 동반한 내재가치가 있는 주식은 언제든 제자리로 찾아가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맥락을 잘 읽으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식투자자가 정상적으로 투자를 하면 주가하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언제든 회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주가의 낙폭이 심할 때 버틸 수 있는 힘이다. 다시 말해 현금만 있다면 ‘기다림의 미학’을 발휘해도 좋을 것 같다. 주가는 언제든 다시 치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화제를 돌려 코스피의 상황을 보자. 올 3월 2033포인트까지 찍었던 코스피가 19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지수를 끌어올리던 삼성전자 주가에 적신호가 켜진 게 결정적인 이유다. 올해 들어 주당 150만원을 꿋꿋하게 유지하면서 주식시장을 떠받치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130만원대까지 힘없이 주저앉았다. 시가총액 12조원은 한꺼번에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렇게 추락한 덴 JP모건의 보고서가 한몫했다. JP모건은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S4 실적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그에 따라 목표가 역시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내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떨어진 이유다. JP모건에 이어 모건스탠리까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8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낮췄다. 이유는 갤럭시S4의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거였다.

한가지 따져보자.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1800여개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코스피 1200조원, 코스닥 130조원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200조원인 삼성전자가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건 어찌보면 불공평하다. 필자는 약간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코스피가 어디로 튈지를 내다보고 싶다면 삼성전자의 흐름을 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당분간은 삼성전자가 주식시장을 이끌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번 무너진 대형주는 기운을 되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형주의 몇 배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면 주식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사라지는 걸까.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가 주식시장을 이끄는 건 맞지만 삼성전자가 없다고 주식시장이 망하는 것 역시 아니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틈을 타고 또 다른 대형주가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다.

주식의 회귀본능 믿어야

지금 힘을 되찾고 있는 대형주는 흥미롭게도 엔저바람에 타격을 입었던 종목들이다.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의 양적완화 발언을 기점으로 엔저현상이 가속화됐다. 당연히 국내 수출주가 직격탄을 맞았는데, 가장 심각한 업종이 자동차 부문이었다.

25만원대를 유지하던 현대차 주가가 19만원대로 떨어지는 데는 한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7만9000원대였던 기아차는 5만원대로, 현대위아는 19만4000원에서 1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런데 이런 자동차주株가 요즘 들어 조금씩 빛을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 위아, 현대 하이스코 등 부품업체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도어시스템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평화정공 역시 추세선이 만들어졌다. 이는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그 뒤를 이어 자동차의 소음기•배기가스 정화기를 만드는 세종공업도 상승세를 기록할 채비를 갖췄다. 자동차는 바퀴가 없으면 굴러가질 않기 때문에 타이어 관련 종목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가격•품질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으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넥센타이어의 주가는 상승 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역시 하락세에 있는 주식시장과는 다른 흐름을 띠고 있다.

엔저에 타격 입은 종목의 부활

주식시장에는 상당히 단순한 논리가 흐른다. 주식투자를 한번쯤 해본 이라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주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하다.

거듭 말했지만 주식시장은 패션과 비슷한 면이 있다. 빠르게 바뀐다는 점이다. 하나의 원리가 바이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냥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게 주식시장의 속성이다. 삼성전자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것 같지만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어느샌가 제 위치에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언제 부정적 리포트를 냈는지 까맣게 잊은 채 ‘상향조정’이라는 글씨를 새길 것이다.

다이어트에서 가장 무서운 건 요요다. 하지만 요요는 주식시장을 즐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주가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제자리를 찾는 습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난희이난희아카데미대표 nanilee0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