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흐르는 ‘권맥勸脈’ 읽어라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2013-06-18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리더십과 권력은 일란성 쌍둥이다. 리더십이 없는 권력은 가능하지만, 권력 없는 리더십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권력을 겉으로는 무시하는 척하지만 실은 동경해 마지 않는다. 권력은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도 이뤄준다.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맥락이 당신의 안테나에 잡히는가. 당신이 회의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두루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는가, 아님 콧방귀 뀌며 태클부터 걸고 보는가. 눈에 띄고 가까이 있어야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권력을 가까이서 보게 되는 것이 조직의 권력순환 체계다.

권력정보는 ‘조직’이라는 두꺼운 책을 펼쳐보는 데 유용한 색인이다.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은 권력의 이해에도 적용된다. 한 연구결과 따르면 권력분포를 아는 것 자체가 권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아는 사람일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부하는 권력 있는 상사 선호

말의 겉만 보지 말고 말밑에 흐르는 ‘권맥’을 짚어보라. 회의석상에서 오가는 공식적인 말은 빙산의 일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능력과 자세를 갖춘 강한 상사 밑에서 부하들은 긴장하고 온 힘을 다해 충성한다. 직원들이 권력을 갖고 있는 상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작은 일을 해도 조직에서 주목받을 수 있어서다. 승진 등에 상사가 지원사격을 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권력 없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은 인정받을 기회와 가능성이 줄어든다. 암흑 속에서 존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무력감에 빠지는 직원도 많다. 강한 리더는 구성원들이 변방이 아닌 핵심에서 일한다고 느끼게끔 자부심을 준다. 권력 있는 상사 밑에 능력 있는 부하가 모이고, 능력 있는 부하 위에 권력 있는 상사가 있는 법이다.

당신은 강한 상사가 되기 위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권력이란 세상을 사는 통화 단위이자 구성원을 모이게 하는 깃발이다.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듯 권력이 없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러나 권력하면 왠지 권모술수의 냄새가 풍긴다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예전에 돈을 ‘아도물阿堵物(돈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부르며 돈이라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리지 않고 멀리한 것처럼, 리더들은 권력이란 말을 금기시한다. 자신이 권력을 추구해 이 자리에 올랐다고 이야기하는 리더는 거의 없다.

실제로 리더십과 권력은 일란성 쌍둥이다. 리더십이 없는 권력은 가능하지만, 권력 없는 리더십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권력을 겉으로는 무시하는 척하지만 실은 동경해 마지않는다. 권력은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꿈도 이뤄준다.

자리가 힘을 만드는가, 힘이 자리를 만드는가.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끝없는 논쟁거리다. 권력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권위•힘•강압•영향력 등의 개념이 뭉뚱그려 쓰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권력은 종합예술이다. 사람과 그 사람의 자리를 사로잡는 유혹과 조종, 그리고 자신의 역량이 결합된 총체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종합예술인 이유 …

권력은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뜻과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킬 수 있는 잠재력•능력을 뜻한다. 그러나 이 정의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데이비드 매클리랜드 하버드대 교수는 권력을 개인중심적 권력과 집단중심적 권력으로 나눠 설명했다. 개인중심적 권력은 독단적이다. 조직보다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강요한다.


 
집단중심적 권력은 조직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의 지원을 해준다. 이타적이고 절제된 욕구표현이다. 권력의 고차원적 욕구는 바로 다른 사람을 키우고 돕는데서 오는 희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