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엔 소셜이 없다
2013-06-12 조중혁 IT 전문 칼럼니스트
앞으로는 고급 정보를 가진 단체들이 일반 대중에게 많은 지식을 공유할지 모른다. 해외에서는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오픈코스웨어(OCW)’라는 이름으로 1900개의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KOCW(kocw.net)를 통해 전국 84개 대학, 741개의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대기업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세리(seri.org)나 KT경제경영연구소의 디지에코(digieco.co.kr)에서는 경제보고서나 IT관련 고급 자료를 조건 없이 공개하고 있다. 대기업•정부•연구소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 인터넷에 공개되는 정보의 양도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는다. 정보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맞는 단체끼리의 정보 공유는 활발하다. 각자 가진 정보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이론적 기반이 튼튼한 대학과 실무경험, 시장이해가 풍부한 대기업간 정보 공유가 대표적이다. 고급 정보를 가진 단체가 다른 고급 정보를 가진 단체와 정보를 거래하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고급 정보가 많지 않은 단체와 개인은 이런 네트워크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거다.
정보 흐름은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정보는 동일한 그룹 내에서는 빠르게 공유되지만 그룹을 벗어나면 유통되지 않는다. 2010년 10월에 있었던 한 사건이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강남 클럽에서 흰 티셔츠를 입은 미모의 여성을 휴대전화로 찍었고, 그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을 받은 동료는 이를 다른 팀의 동료에게 전달했고, 이후 다양한 사람을 거쳐 다른 계열사로 전파됐다. 다른 기업으로 전달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전달받은 사람들은 삼성•현대차•SK•LG •GS•두산•효성 등 대기업과 컨설팅회사 직원들뿐이었다.
평등하지 않은 인터넷
‘미모의 여성’이라는 선정성 때문에 이 사건은 기사화됐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그들 안에서만 공유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도 특정 분야의 사람들끼리만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는 많다. 의사 사이트인 아임닥터(iamdoctor.com)•메디게이트(me digate.net)•닥플닷컴(docple.com) 등은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일반인은 가입 자체를 못하거나 가입을 해도 볼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사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예를 들어 ‘방송 종사자들의 모임’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KBS 뉴스를 진행하는 ‘민경욱’ 앵커나 유명 탤런트인 ‘이민정’과 친구 관계인 사람이 가입 신청을 했다면 방송종사자일 확률이 높다. SNS를 통해 ‘소셜 인증’을 거치기 때문이다. 더 철저한 인증이 필요하면 민경욱씨나 이민정씨에게 직접 인증을 요청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최종목표는 소셜 검색이다. 검색 기술에 친구 관계 정보를 결합해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주는 거다. 이 기술이 일반화되면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친구가 누구냐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개된 정보라고 해도 해당 정보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갈린다. 이는 정보 부자富者와 정보 빈자貧者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기술로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와 엘리트 계급을 만든다.
인터넷은 원래 정보의 평등을 위해 개발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정보의 부익부빈익빈이 인터넷 기술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사회 현상이라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