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 崇禮가 빠져서야 …

「숭례문의 나라」

2013-05-27     김건희 기자

국보 1호, 숭례문의 역사는 기구하다. 조선 개국과 함께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역사에 등장했지만 크고 작은 전란戰亂을 거친 유물이라서다. 2개의 문짝이 전부인 숭례문이 임진왜란ㆍ병자호란ㆍ한국전쟁 등 숱한 난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것이다.

지대가 낮고 비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세종 때 다시 건축하고, 성종이 보수했지만 숭례문은 오랫동안 그 모습을 유지했다. 500년간 존속한 대한민국의 수문장守門將인 셈이다.

그랬던 숭례문이 2008년 2월 불의의 사고로 석축만 남긴 채 무너졌다. 일차적으로 방화범의 잘못이 크지만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의 초기 진화작업이 불길을 되레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시는 광장과 그 일대를 개방하면서 방화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혹자는 숭례문의 수난을 짚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숭례문의 뒤에는 무수한 백성의 피와 땀, 눈물이 고여 있어서다. 백성은 조선왕조가 정한 부역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헌신했다. 나라에서는 성문 밖 세곳에서 죽은 역부의 혼령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숭례문은 고된 작업이었다. 숭례문은 그냥 문이 아니라 백성의 목숨과 혼이 깃든 건축물인 것이다.

숭례문이 5년3개월 만에 복구됐다. 숭례문이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복구돼야 할 것은 유물만이 아니다. 하나의 왕조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던 이들을 기리는 마음도 되찾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숭례’다.

RECOMMENDATION

「육체쇼와 전집」
황병승 저 | 문학과지성사

‘여장남자 시코쿠’로 등단한 황병승 시인의 신작 시집. 6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하위문화의 거칠고 생생한 시적 에너지를 이용해 고급문화를 꼬집는 언어기술이 뛰어나다.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처절하게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 “납득이 가지 않은 페이지는 찢었다”고 고백한 시인의 고유 페이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마흔 앓이」
크리스토프 포레 저 | MID

저자는 마흔이란 나이에서 마주하는 우울증, 삶의 의미 상실, 노화ㆍ외도ㆍ이혼의 상처를 주목했다. 그런 일련의 사건이 당사자에게는 아픔과 고통이 될 수 있지만 ‘위기’는 아니라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아픔을 직시하고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면 치유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264페이지에 담겼다.

 

「한중일 경제 삼국지-누가 이길까」
안현호 저 | 나남

전 세계의 제조업이 고비를 맞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튼튼했던 한국ㆍ중국ㆍ일본은 상황이 심각하다. 유사한 주력산업을 바탕으로 사이좋던 분업구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급기야 세 나라가 특정 산업분야에 결집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30년 공직생활을 바탕으로 저자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경제가 맞이한 문제와 해답을 제시했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kkh4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