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에서 찾은 녹두의 ‘화장술’

[Special 파트3] 코리아나 eco 36.9° 녹두

2013-05-24     강서구 기자

36.9도에서 녹두를 발효시켰다. 녹두가 지닌 피부 미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유효성분이 쏟아졌다. 코리아나화장품의 ‘녹두 화장품’은 적정한 발효온도를 찾는 데서 시작됐다. 과학기술이 없었다면 녹두 화장품은 물론 지금의 코리아나도 없다.

1990년대 국내 화장품 업체의 고민은 ‘트러블’을 해결하는 거였다. 화학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마다 화장독이 오른 피부로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천연성분’이 떠올랐다. 인공화학물 대신 천연성분을 사용하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다양한 천연성분 중 녹두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100가지 독을 푼다’는 녹두는 해독작용이 뛰어난 식물이었다.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었다. 「동의보감」은 녹두를 비누처럼 사용하면 절세미인의 옥 같은 피부를 얻을 수 있다고 서술했다.

녹두가 독을 해소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녹두에 함유돼 있는 사포닌이 각질•피지 등 노폐물을 말끔히 씻어주기 때문이었다. 열을 내리는 효과도 있어서 여드름과 피부진정에 탁월했다. 노폐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녹두의 주요 성분인 필수아미노산이 채워줬다.

녹두의 이런 효능을 일찍이 주목한 기업이 있었다. 코리아나화장품이었다. 1990년대부터 녹두를 연구한 코리아나화장품은 녹두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녹두를 활용한 ‘발효기술’. 콩을 발효해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들면 영양성분이 강화되고 유익한 균이 생성되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선조가 사용한 친환경 발효기술을 화장품 연구에 적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녹두 발효기술 ‘화장품’에 활용

연구팀은 녹두에 들어 있는 영향성분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증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발효과정에서 녹두 입자가 분해되면서 피부흡수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온도만 잘 조절하면 효과적인 유효성분을 추출할 수 있을 듯했다.
 
문제는 적정온도를 찾는 거였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분해가 잘 되지 않았고, 너무 높으면 영양성분이 깨졌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발효 온도인 ‘36.9도’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탄성을 질렀다. 2008년 코리아나화장품은 녹두 발효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국제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1997년부터 녹두를 활용한 제품을 첫 출시한 코리아나화장품은 2009년 3월 녹두를 주요성분으로 한 발효화장품 세트를 선보였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녹두 하나로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함과 동시에 보습을 채울 수 있어서였다. 코리아나화장품의 기술력도 조명을 받았다. 프랑스 유기농 인증협회인 에코서트(ECOCERT)는 자연 발효를 통해 추출한 성분을 높이 평가해 ‘내추럴 오리진(Natural origin)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속에서부터 바깥까지 100% 활용이 가능한 녹두의 힘이다.

코리아나가 보유한 특허등록건수는 260여건, 출원건수는 80여건이다. 해외에도 80건에 육박하는 특허등록•출원을 했다. 특허왕국 ‘코리아나’의 밑거름엔 ‘녹두’가 깔려 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