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s의 유리성 MIST가 허물다
[Special 총론] 2013 MIST ‘달콤한 봄’
10년 만에 저물고 있다. 브릭스(BRICs) 얘기다. 2003년 국제금융시장의 ‘핵’으로 등장한 브릭스는 이제 ‘지는 해’다. 성장세가 눈에 띌 정도로 꺾이고 있어서다. 국제금융시장은 브릭스의 ‘다음’을 주목하고 있다. 미스트(MIST), 바로 이것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이 포함돼 있다. MIST 국가는 과연 브릭스의 위상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MIST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끝날 무렵인 2003년. 골드먼삭스는 돌연 ‘브릭스(BRICs)’라는 말을 발표했다. 브라질(Brazil)•러시아(Russia)•인도(India)•중국(China)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였다. 일부 국제금융전문가들은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잠재력은 있지만 성장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국가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드먼삭스의 눈이 옳았다. 브릭스 국가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높은 경제성장률을 뽐냈다. ‘신흥경제국’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국제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글로벌 투자자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음은 물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브릭스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질 때 브릭스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2009년 각각 9.2%, 6.6%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과 인도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중국을 둘러싸곤 ‘세계경기 침체를 떠받치는 안정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찬사가 잇따랐다.
도도한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브릭스도 그렇다. 성장세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어서다. 어떤 금융위기에도 끄떡하지 않던 브릭스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진 후엔 휘청거리고 있다. 구조적인 내부문제가 브릭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소비인구로 주목을 받았던 인도는 고물가에 발목이 잡힌 지 오래다. 여기에 재정적자까지 눈덩이처럼 쌓여 성장을 밀어붙일 실탄이 부족하다. 브라질은 원자재 중심의 수출구조, 러시아는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브릭스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만 1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브릭스 펀드를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브릭스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1년 3월 7조원이 넘었던 브릭스펀드의 순자산은 올 4월 30일 3조201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수익률도 신통치 않다. 국내 브릭스 펀드의 2009~2011년 종합수익률은 -5.13%에 그쳤다.
국제금융시장은 늘 기민하게 움직인다. 관심이 떨어지면 또 다른 투자처에 풀베팅을 한다. 지금이 그렇다. 브릭스를 떠난 국제금융시장의 눈은 제2의 지역에 맞춰지고 있다. 미스트(MIST)가 바로 그곳이다. 멕시코(Mexico)•인도네시아(Indonesia)•한국(South Korea)•터키(Turkey)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브릭스를 세상에 처음 알렸던 골드먼삭스가 이번에도 MIST를 찾아냈다.
골드먼삭스의 예상은 적중하고 있다. MIST 국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를 뚫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6.2%의 경제성장률을 찍었다. 멕시코는 3.9%, 터키는 2.6% 경제가 성장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에 그쳤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IST 국가의 증시도 불타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증시(JCI)는 올해 들어 14.1% 상승했다. 2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린 덕이다.
터키 증시도 연간 13.8%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멕시코의 증시는 잠시 꺾였지만 언제든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MIST 펀드의 수익률은 2011년 4월 설정일 이후 1년간 12.48%의 종합수익률을 달성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대한 투자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MIST 국가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브릭스가 ‘지는 해’라면 MIST는 ‘뜨는 해’다. 문제는 이 해가 언제까지 중천에 떠 있느냐다. MIST 국가의 과제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