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만큼 독창도 중요하다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2013-05-14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독일의 링겔만 심리학 교수는 줄다리기에서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개인이 쓰는 힘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명이 내는 힘을 100으로 가정하면, 2명이면 개인당 93, 3명이면 85, 8명이 함께할 때는 49의 힘밖에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프리라이더(free-rider)는 놀면서 동료의 노력에 슬쩍 숟가락 하나 올려서 성과를 ‘거저먹는’ 빈대족을 말한다. 능력부족에 태도까지 불량한 하위 10%는 ‘구제불능족’이다. 더 큰 문제는 능력이 되는데 조직의 빈대로 기생하는 프리라이더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는 대개 조직관리 체계의 허점에서 비롯된다. 상사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예전에 모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도로 청소가 언론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도로 청소를 하러 나온 100여명의 공무원 중 절반만 열심히 청소를 하고 나머지는 흡연과 수다로 딴전을 피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당신이 이 조직의 리더라면 어떤 판단을 내리겠는가. 앞장서 청소한 근면파가 불쌍하다 생각하는가. 배짱이 같은 딴전파가 괘씸하다 생각하는가. 이 언론 보도를 본 한 기업인은 리더십을 탓하며 두가지를 지적했다. 5m를 청소하는데 100명이나 배치한 데다,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정해주지 않은 상사가 구조적으로 ‘배짱이파’를 낳게 했다는 비판이었다.

‘링겔만 효과’라는 것이 있다. 참가자가 늘수록 개인당 공헌도가 떨어지는 집단적 심리현상을 말한다. 독일의 링겔만 심리학 교수는 줄다리기에서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개인이 쓰는 힘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명이 내는 힘을 100으로 가정하면, 2명이면 개인당 93, 3명이면 85, 8명이 함께 할 때는 49의 힘밖에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신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있는 1대1 게임과는 달리 여러명 중 한사람에 불과할 때는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드웰 와오이밍 경영대학 교수는 직원들이 조직의 빈대가 되는 이유로 불분명한 업무파악•지원과 자원부족에 따른 좌절, 동료의 비헌신에 따른 도덕적 해이, 낮은 보상에 따른 동기저하를 지적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부하의 역량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공정성, 그리고 직무특성•역량을 고려한 역할부여가 필요하다.

직장인이 위협을 느낄 때는 일이 과도하게 많아지거나 빼앗길 때 둘 중 하나다. 이 중에서 더 무서운 것은 일을 뺏기는 경우다. 이 점을 이용해 단기적으로 한 직원에게 배당된 일을 다른 직원에게 시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조직평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한다. 숟가락 들고 밥상 찾아다니는 빈대족을 퇴치하기 위해서 조직환경을 바꾸는 것도 효과적이다. 팀장급 이상은 평가에서 공동성과의 비중을 높이되, 그 아래 직급의 직원은 개인성과의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명확한 지시와 역할 구분을 통해 팀의 기여도에 따라 개인성과 평가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라. 업무의 목표와 마감시한을 분명히 정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유를 물어 압박하라.

개인의 노력이 어물쩍 묻히는 조직과 시간을 지체해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유야무야 넘어가는 조직일수록 빈대는 왕성하게 번식한다. 딴전 피우는 부하를 탓하지 말고 딴전 피우게 만든 당신을 먼저 돌아보라. 딴전이 구조적으로 통하지 않도록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쪼개주고 평가보상 체계에서도 개인성과를 철저히 반영하라. 부하 잠재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평가의 공정성을 추구하며 직무특성과 역량을 고려해 역할을 부여할 때 빈대가 붙어 살 여지는 줄어든다.

한가지 더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부하는 동료 프리라이더보다 상사 프리라이더를 훨씬 더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부하들이 밤 새워가며 진행한 프로젝트에 자기 이름 석자를 제일 먼저 적어 넣지는 않는가. 일에 대한 기여도를 분명하게 기록하면 프리라이더는 절로 힘을 못 쓰게 된다. 합창뿐만 아니라 독창도 시켜보라. 개인의 실력과 기여도가 절로 판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