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규제조항 대폭 축소된 법안 통과

재계는 “과징금 폭탄”이라며 강력 반발

2013-05-08     김정덕 기자

재계가 강력히 반대했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04명 중 194명이 찬성을 얻어냈다.

애당초 개정안은 4월 24일 여야 합의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29일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국회를 방문한 이후 새누리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과도한 처벌 조항”이라며 반발해 재심 절차를 밟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계의 반발이 컸던 만큼 개정안의 규제내용은 원안보다 대폭 완화됐다. 개정안은 유해물질 배출기업에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 대비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원안의 ‘10% 이하 과징금’보다 절반이 낮아졌다. 또 사업장이 한 곳만 있는 경우엔 과징금이 매출액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청업체가 유해물질 피해를 일으킬 경우 원청업체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던 조항도 하향 조정됐다. 원청업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지 않고, 영업정지·영업취소·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의 책임만 묻도록 했다. 또 업무상 과실이나 중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킨 경우 원안은 ‘3년 이상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었으나 ‘10년 이하의 금고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조정됐다.

개정안이 원안보다 대폭 하향 조정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재계는 ‘과징금 폭탄’이라며 여전히 불만이 많다.
재계는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함과 동시에 즉각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법리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수급인의 위반 행위를 도급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오는 부작용이 심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출액의 5% 이하 과징금 부과 규정은 다른 안전 관련 법령상 과징금에 비해 매우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은 예상치 못한 한 번의 사고로 영업이익 이상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8일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전자 반도체산업 안전보건 리더 회의’에서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건 많다”고 말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