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SNS의 ‘두눈’ 체험마을에 박아라
녹색농촌체험마을의 두 얼굴
정부•지자체가 지원하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이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의 공식발표와 달리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도 경영난에 시달리는 마을이 적지 않다. 외지인이 들어와 녹색농촌체험마을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도농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녹색농촌체험마을, 바꿔야 할 게 많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은 도시민의 여가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한 체험휴양공간이다. 2006년 돛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1000곳에 가까운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조성됐다. 연간 방문객수는 978만명, 매출은 1070억원에 이른다. 수치로 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공공사업으로 보인다. 단위 체험마을의 실적도 괜찮다. 연 9790명이 찾고 1억원이 조금 넘는 매출이 해당 마을에서 창출된다.
하지만 이 실적은 어디까지나 겉을 본 것일 뿐이다. 2006~2009년 조성된 체험마을 850곳에 투입된 총 예산은 2550억원, 마을당 예산은 3억원이 넘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전국에 2만4396개가 있는 편의점의 사례에 빗대보자. 편의점의 초기투자비용은 평균 5000만원이다. 국내 5개 편의점 브랜드의 가맹점별 평균 연매출은 4억8276만원(2011년 집계치)에 이른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의 마을당 사업실적이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체험마을 운영주체의 마케팅•홍보능력 부재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소비자 수요에 비해 과하게 체험마을을 공급한 정부•지자체의 미흡한 투자관리 정책이 더 큰 문제다. 실제로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실적은 과대 포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례를 보자. 경기도 A체험마을은 2008년 도비 2억원을 지원받았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2009년 폐쇄됐다. 그런데 경기도는 “2010년 A마을에 5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보고했다. 이는 과장을 넘어 허위보고다.
문제는 또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이 전국 별장•펜션의 난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농어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운영돼야 할 녹색농촌체험마을이 민박으로 변색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별장과 펜션은 녹색농촌체험마을의 거주민이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의 외지 자본이 들어와 녹색농촌체험마을 거주자의 명의를 빌려 ‘기업형 펜션’을 운영하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이는 녹색농촌체험마을에 부여하는 세제•인허가 혜택을 ‘자본’이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조성취지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렵다. 잘만 운영되면 도농의 양극화를 해소
하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운영체계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의 등급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도 대안이 되긴 힘들다. 소비자가 아닌 민간전문가 100여명을 5년 동안 선임해 운영하는 ‘방문평가제도’로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의 뒷면을 낱낱이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반호텔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방법을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적용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은 소비자가 바꿔야 한다. 정부는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투자자금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 낫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이원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녹색농촌체험마을 방문자 또는 그 보호자(부모•교사)가 ‘소셜평가’를 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평가는 그 어떤 전문가보다 날카로울 수 있다.
김태엽 소셜정책 연구위원 ohseyo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