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주거 ‘통할까
새로운 주거 트렌드‘셰어하우스’
방은 따로 쓰면서 식당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주거방식이 있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아파트는 비싸고 원룸은 외롭다는 한계를 파고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기존 하숙집과 다른 게 뭐냐는 의문이 나온다. 생각보다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단독주택.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주택이지만 2년 전 리모델링을 해 외관이 깔끔하다. 직장인 윤아영(28•가명)씨가 집 안으로 들어선다. 널찍한 현관을 지나니 여러 개의 방이 나타난다. 언뜻 개조된 원룸처럼 보인다. 그런데 용도가 조금 다르다. 독립된 생활공간은 보장되지만 거실과 주방을 공동으로 쓰고 식사도 함께 한다.
윤씨가 거실에 놓인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신다. “어머, 언니 이제 와요?” 안부를 묻는 살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옆방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정미선(24•가명)씨다. 둘은 이곳에 거주하기 전까진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지금은 룸메이트처럼 가깝게 지낸다.
이런 유형의 주택을 ‘셰어하우스’라고 한다. 원룸형식이지만 거실•주방 등을 함께 쓰는 주택이다. 대학교 인근이나 업무타운에서 인기가 많다. 셰어하우스 공급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는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지상 2층 단독건물 2가구를 매입해 셰어하우스 ‘우리동네 두레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시범적으로 6세대 정도가 거주한다. 올 8월 첫 입주자를 받는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셰어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은 올해 1인 가구가 전체의 25.9%를 차지하고, 2020년에는 29.6%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까지는 독신자용 아파트나 원룸이 1인 가구 대부분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원룸은 외롭다는 한계가 있다. 셰어하우스는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셰어하우스는 커뮤니티 회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찾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이라며 “타깃층을 잘 파고든다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는 1~2인 가구가 많은 일본•캐나다•유럽 등지에선 일반화된 주거모델이다. 특히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람간 교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셰어하우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주거양식을 가진 우리나라도 대중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동생활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한 주거 관련 블로그에는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인데, 셰어하우스가 과연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비싼 거 외에 고시원이랑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