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닌 변명부터 태워라

박창희 비만 ‘Exit’

2013-04-25     박용선 기자

야심한 밤 ‘뭘 좀 먹을까, 그냥 잘까’라는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한 사람은 눈물겹긴 해도 다음날 편안한 속으로 아침상을 마주할 수 있다. 반대로 공복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라면을 끓여 먹고 ‘이제 살았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많다. 이게 습관이 된다면 그의 이름 앞에는 ‘야간식이증후군’이라는 질환명이 붙는다. 비만의 원인 중 하나인 야식이 질병으로 자리 잡는 순간이다.

식욕을 조절하는 대표적 호르몬인 렙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렙틴은 지방에서 분비돼 배고픔의 신호를 차단하는 식욕억제 호르몬이다. 배가 부르면 수저를 내려놓게 해 과도한 음식의 섭취를 줄인다. 체지방을 일정량으로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과도한 지방의 축적을 막는 호르몬이 지방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문제는 렙틴이 유입되는 음식을 막는 수문장 역할을 충실히 하더라도 뇌의 쾌락중추에서 음식을 더 요구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거다. 쾌락중추의 자극이 렙틴의 메시지를 압도하는 것인데, 이를 렙틴 저항성이라고 부른다.

이제 일과 중 우리의 식습관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리는 해가 떠있는 낮 시간대는 지방을 축적하고 억제하는 교감신경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점심 시간대는 높은 열량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기회다. 그러나 음식 메뉴를 고르고, 줄을 서는 등 제한된 시간 안에 식사를 해야 하는 직장인의 특성상 점심은 만찬이 되기 어렵다.

그들은 아침은 굶고 점심은 대충 때웠으니 저녁에 총력을 집중할 각오를 다진다. 회사 정문을 나섬과 동시에 쌓인 스트레스를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풀어내다 보면 자정에 육박할 즈음 섭취한 열량은 1만 칼로리를 넘어갈 때도 있다. 여기에 직장 상사의 독기 어린 한마디는 내 복부에 지방 1㎏을 붙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식습관이다. 고쳐야 한다. 아침•점심•저녁 식사 비율을 3대5대2로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비만의 원인인 야식을 줄일 수 있다. 직장인이 이런 식사 비율을 어떻게 지킬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청강자는 필자에게 하소연하듯 말한다. “업무 특성상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어요.”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몸을 해친다고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그러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업무상 술자리에 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간이 없다는 것도 대표적인 변명이다. 집안 거실에 깔린 매트에 누워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만 있으면 된다. 하루에 30분 걷고, 일주일에 30분 근육운동도 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이 벅찰까. 문제는 시간이 아니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 그만큼의 시간도 내지 못하는 우리 삶의 통제력이다. 몸의 지방 덩어리를 없애고, 건강을 찾는 방법은 변명을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