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난류가 만나야 황금어장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2013-04-22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조직의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비슷한 연배•비슷한 직원•같은 고향•같은 학교•같은 부서의 동급직원끼리만 어울려선 안 된다. 상자 밖으로 나가 이종끼리 충돌하라. 동종교류만 하면 창조적 생각을 하기 힘들다.

학연과 지연을 뛰어넘는 더 센 인맥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끽연’이다. 요즘 웬만한 건물은 모드 금연건물이다. 그렇다 보니 옥상•건물입구•건물 옆 등 흡연공간에는 각 부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이에 따라 흡연공간에 온갖 정보가 모여 미니 종합기획실 역할을 하게 됐다. 흡연실이 사내 ‘메디치 효과’의 발원지가 되는 셈이다.
 
메디치 효과는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종異種 간의 결합을 통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뛰어난 생산성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15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음악•미술•철학 등 다방면의 예술가와 학자를 모아 공동 작업을 후원해 ‘르네상스’ 바람을 일으킨 것에서 기원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한 부서에서만 낑낑대며 생각하다 보면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수 있다. 역할과 시각은 다르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든 조직을 정렬할 수 있는 게 진정한 리더십이다. 잘되는 조직을 보면 낮은 직급부터 높은 직급까지, 젊은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교류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다른 부서들끼리의 비공식적 미팅이 잦다. 모 회사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일부러 각 부서가 모여 함께 회의를 한다. 관점과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다듬어지고 조율된다는 점에서 효과가 더 크다.

다양성만 추구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중구난방이 돼 비효율성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지가 다른 것과 방법의 다양성을 생각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목표는 일치해야 하지만 방법은 다양할수록 좋다. 한류와 난류가 만날 때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것처럼 세대•직급•부서를 뛰어넘어 아이디어와 관점이 다양하게 교차하고 공유될 때 조직성과가 향상된다.

다양성이 근간에 깔린 상태에서 각 부서가 갈등을 하면 조직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서로가 간섭을 심하게 하면 혼란이 야기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응집력과 동질성으로 무장한 무갈등 조직은 조직성과를 끌어내기에 적합하지 않다. 한 연구팀은 6명씩 각각 3팀으로 나눠 목표•원칙•팀원의 성향이 조식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목표와 원칙은 일치하지만 멤버가 이질적인 팀이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다양성의 효력을 지지하는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일군의 사람들로 하여금 미로를 통과하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의 결과에서도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남녀를 동일비율로 구성한 그룹이 동성 그룹 혹은 성격•배경이 비슷한 부류의 그룹보다 시행착오가 적게 나타났다. 경쟁 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가능한 다양한 인재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배경•취향•직급•성향의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도 모르게 끌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편해서다. 하지만 조직의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비슷한 연배끼리•비슷한 직원끼리•같은 고향끼리•같은 학교 출신끼리•같은 부서의 동급직원끼리만 어울려선 안 된다. 상자 밖으로 나가 이종끼리 충돌하라. 동종교류만 하면 성과가 나는 창조적 결정은커녕 창조적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조직을 키우려면 같은 대학, 같은 지역•혈연의 초록동색만 좋아하기보다는 청홍보색으로 다양하게 구성원을 꾸려야 한다. 줄 따르고, 맥 따지고, 코드에 맞춰 복제인간형 부하만 선호하면 성과는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일당백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일당일밖에 못하는 조직이 많으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10인 1색보다 10인 10색의 관점과 아이디어가 어우러지는 조직을 만들라. 한류와 난류가 결합할 때 황금어장을 형성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