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인체의 공기청정기

최영국 박사의 ‘한방경제’

2013-04-19     최영국 선우한의원 원장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매화향기를 필두로 산수유•개나리•진달래•목련•벚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때 반갑지 않게 찾아오는 질환이 있다. 콧병이다. 코의 구조는 크게 비중격•비갑개•비강•외비공으로 이뤄져 있다.

비중격은 양측 비강 사이의 벽을 말한다. 앞쪽은 연골, 뒤쪽은 뼈다. 비중격이 C자형이나 S자형으로 만곡돼 있는 비중격만곡증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든다. 성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비갑개는 비강 안에 세개의 점막으로 돼 있다. 비강은 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관의 구조를 하고 있다. 내부는 점막으로 이뤄져 있다. 점막에는 선모라 불리는 가느다란 털이 나 있는데 코털이 거르지 못한 공기 중 먼지나 분비물을 씻어내는 작용을 한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가 일정한 온도와 습도로 폐에 도달하지 않으면 폐에 손상을 준다. 때문에 아무리 차갑고 건조한 공기라도 코를 통과하면 31~37도에 습도 70~80%의 따뜻하고 촉촉한 공기로 변한다. 이렇듯 코는 공기청정기와 가습기의 역할을 한다. 외부공기에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중격의 앞쪽에 많은 모세혈관이 분포돼 있는데 이 부위를 키셀바하 부위(Kiesselbach's area)라고 한다. 코피가 날 때 손가락으로 코를 잡고 가만히 눌러주는 이유도 키셀바하 부위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코의 질환에 급•만성 비염,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이 있다. 운동부족, 대기오염, 인스턴트식품의 범람, 주거와 음식문화의 서구화, 경쟁이 치열한 사회구조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체질이 허약해진 유아•소년에게 많이 나타난다. 그중 알레르기성 비염은 양방에서 약물치료•면역요법•회피요법•레이저소작법 등 다양한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코 자체가 체질적으로 민감해서다.

이런 이유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완치되기 어렵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 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참나무)보다 가을 잡초의 꽃가루(돼지풀•환삼덩굴•쑥)가 영향이 크다. 시골보다 도시의 꽃가루가 독성이 더 강한 것으로 최근 조사에서 나타났다.

한의학에서는 코는 폐의 호흡이 출입하는 문이다. 코의 기능은 주로 폐기의 작용에 의지하고 있다. 폐는 오행 중에 금金에 속한다. 계절로는 가을에 해당한다. 콧병이 가을에 시작해 겨울•봄에 심해지는 이유다.

폐기가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막히면 열이 발생해 병이 오는데 누런 콧물이 나오면 폐열肺熱, 맑은 콧물이 나오면 폐한肺寒으로 본다. 그리고 폐•대장•비•위경의 네 경락이 코 부위로 순행하므로 치료는 폐의 열을 풀어주고 체질을 바꾸는 한약과 침으로 경혈을 자극해 기를 통하게 해준다. 이를 합친 약침도 뛰어난 치료효과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