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아니라 원칙 따르게 만들라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속이 훤히 드러나는 상사, 끝이 보이는 상사에게 부하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유리어항 같은 상사보다 양파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상사를 부하는 따른다. 속 터진 만두, 입 벌어진 조개는 시장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마찬가지다. 자기의 잇속을 보여 ‘싼 티’나는 상사가 되지 마라.
속보이는 ‘한 길 물속’ 리더가 되지 마라. 권모술수를 부리느라 속을 알 수 없는 의뭉한 상사가 되란 뜻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요동치는 마음속 폭풍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말고, 속내가 읽히는 리더가 되지 말라는 소리다.
부하들은 자기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부침개 뒤집듯이 원칙을 바꾸는 상사를 싫어한다. 매사를 감정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상사 기분이 어떤지 항상 살펴야 하고, 보고서를 올리는 것 하나도 상사의 감정 기상도를 봐가면서 해야 하니 곱절로 피곤하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죽 끓듯이 변하는 상사 비위 맞추기가 더 힘들다. 상사 눈치를 보며 보고시기를 재다 보니 업무 속도가 늦어진다. 그러다 보면 업무성과가 떨어지고, 이것이 지속되면 회사 차원에서도 손실이 생긴다. 자신의 감정이 업무에 폭풍우처럼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상사는 조롱받게 된다.
강한 상사는 자신의 ‘감정 패’를 적절히 감출 줄 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의 파고를 시시각각 노출하는 법이 없다. 솔직함도 좋지만, 그렇다고 자기의 희로애락 감정으로 업무에 파장을 일으키는 상사를 좋아할 부하는 없다. 진정한 ‘감성리더’는 감정의 표출보다 통제와 조절에 능하다. 통제야말로 표출보다 더 강렬한 소통 전략이다. 부하에 대해 호오好惡의 감정을 통제하고, 감정의 수를 읽히지 않을수록 상사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보면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 게임은 끝난다”는 대사가 나온다. 상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특히 조직에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분위기를 북돋고자 한다면,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지 말라. 당신의 결론을 부하에게 들키는 순간, 만사 ‘도루묵’이다. 어느 누가 총대를 메고 당신의 의중에 반기를 들겠는가.
감정 통제와 조절 필요해
자신의 속내를 읽혀 예측가능한 상사가 되면 부하들은 단기적으로는 아부를, 장기적으로는 조종을 하려고 달려든다. 원칙과 의사결정의 기준에 대해서는 하루에 수백 번이라도 말하고 예측가능하게 행동하라. 하지만 리더 스스로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견을 선호하고, 부하들이 어떤 결론을 도출하길 바라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마라.
속이 훤히 드러나는 상사, 끝이 보이는 상사에게 부하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유리어항 같은 상사보다 양파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상사를 부하는 따른다. 속 터진 만두, 입 벌어진 조개는 시장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마찬가지다. 자기의 잇속을 보여 ‘싼 티’나는 상사가 되지 마라.
당신의 감정을 재깍재깍 생중계하지 마라. 상사로서 걱정거리를 부하에게 말하는 것도 삼가라. 부하들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처럼 내 마음의 길목에서 기다리도록 만들지 마라. 눈치 빠르고 입안의 혀처럼 구는 부하들이 늘어나는 건 반길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사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마이너스다. 열길 물속보다도 깊은 백길 마음속 상사가 돼라.
진정한 감성 리더는 감정분출보다 통제와 조절에 능하다. 직원들에 대한 피드백에는 번개처럼 빠르지만,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보이는 데는 한 박자 느리다. 통제와 조절이야말로 표현보다 더 강렬한 소통 전략임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