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엔 봄채소가 특효약

최영국 박사의 ‘한방경제’

2013-03-22     최영국 선우한의원 원장

잔뜩 웅크렸던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만물이 싹트는 봄철 석달을 「내경內經」에서는 발진發陳이라고 한다. 묵은 것에서 새 것이 생겨남을 표현한 것으로 천지에 생기가 발동해 만물이 소생하고 번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몸도 봄이 되면 체내의 기혈 순환과 신진대사 기능이 활발해진다. 다만 춘곤증과 무력감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겨울 동안 위축된 생활을 하다가 봄기운에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봄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심리적인 부담이 생기고 활동이 많아져 기운을 많이 쓴다. 의욕을 따라갈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하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발생하기 쉽다. 심하면 나른함•의욕저하•식욕부진•복통•수면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습관을 고치고 봄에 나는 나물을 먹음으로써 완화할 수 있다. 춘곤증은 위하수•장하수가 있는 소음인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소식을 해야 한다. 태음인은 과식을 피하고 소양인은 급히 먹지 않도록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자연이 변화하는 것처럼 사람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를 ‘섭생법’ 혹은 ‘양생법’이라고 한다. 봄철 양생법은 이렇다. “봄에는 밤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뜰을 거닐며,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하며 유쾌한 마음으로 생겨나는 만물의 생장을 도와주며 죽이지 말고, 벌을 주지 말고 상을 주라.”

우리 몸은 봄이 되면 전반적으로 기순환이 빨라지면서 심장과 간장이 바빠진다. 이런 때 산과 들에서 나는 봄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봄채소에는 나른하고 졸리며 자꾸 지치는 아이에게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다. 또 심장과 간장에 좋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씀바귀는 고들빼기, 혹은 쓴맛이 있어 고채苦菜라고 한다. 쓴맛은 신 맛과 더불어 입맛을 좋게 한다. 새콤하게 무쳐먹으면 그만이다. 신선한 상태의 씀바귀에는 80여종의 방향성 정유 성분이 들어 있다. 또 소화기능을 증진해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옛 사람들은 “이른 봄에 씀바귀나물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었다.

달래는 각종 비타민이 고루 들어 있다. 여기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C는 결합조직의 생성•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와 조절에 관여해 피부의 젊음을 유지해주고 빈혈치료에도 좋다. 이뇨작용을 촉진하고 열을 내려 눈을 밝게 하는 미나리는 지방간과 알레르기 질환에 좋다. ‘산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두릅은 칼륨•인•철•비타민과 우수한 아미노산이 많다. 쓴맛이 나는 사포닌 성분이 혈액순환을 돕고 정장작용이 있어 피로회복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