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상징에 투영된 ‘권력욕’

곽대희 性 코너

2013-03-18     곽대희 원장

성적 불만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숱하게 많다.

그중 ‘타고난 팔자려니 하면서 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성적으로 진짜 무능한지 확인하려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든 성적 불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든, 어디에서든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의사들이 임상과정에서 만난 환자들에게 성생활의 실상을 물어보면 “배우자 외의 다른 상대와 성관계를 맺어보고 싶다”고 답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좀 더 깊이 있게 질문해 보면 실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는 고백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성적 불만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는 좀 더 대담해서 남편이 눈치 챌 정도로 ‘남성편력’을 일삼는 주부가 많다. 불행히도 중년의 여성 가운데 혼외정사를 가장 많이 체험하는 남편의 직업군은 의사다. 소방대원이나 경찰관 아내의 사정도 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과중한 업무와 씨름하다 보면 체력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로 귀가하는 직업군이다.

여기서 남녀의 성생리를 비교해보자. 남자는 체력이 고갈될 만큼의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관계에 소홀하기 십상이다. 여자, 특히 주부는 그렇지 않다. 체력이 고갈될 만큼의 노동을 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에 대한 인식은 이런 성생리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신체적 생리를 고찰해 보면, 여자는 남자보다 생식생리에 민감하다. 배란할 타이밍이 다가오면 자기도 주체하기 어려운 성적 욕구가 솟구친다. 여성 성행동의 동기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소•말•돼지 등 고환에서 추출되는 스테로이드계의 남성 호르몬)이 아니다.

‘배란’이라는 ‘수태생리’의 발동으로 야기되는 성적 매력에 휩쓸려 거의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 다시 말해 남녀간 성관계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유도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내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스스로 여성을 유인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여인의 수태욕구에 남성이 자신도 모르게 유인된 결과라고 봐야 옳다.

임상과정에서 성상담을 해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성에 대한 탐구정신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남성은 자신의 아내를 즐겁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다지 없는 편이다. 이런 남성의 심리는 ‘이미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는 속담과 묘하게 일치한다.

사실 남성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많다. 가령 클리토리스를 계속 자극하면 여성이 오르가슴을 쉽게 느낀다는 거다. 실은 그렇지 않다. 클리토리스만 공략하면 당연히 클리토리얼 오르가슴만 느낄 수밖에 없다. 질구에서 5㎝가량 떨어진 질벽 상층에 존재하는 아몬드 크기의 ‘G스팟’을 남성의 성기로 지구전을 벌이듯 계속해서 건드려야 진정한 오르가슴에 오르게 된다.

이런 경우 성적으로 무지한 남성 중 상당수는 자신의 상징이 작아 G스팟을 자극하기 어렵다며 책임을 전가한다. 사실 남자의 거근巨根바람은 여자가 아닌 남성을 위한 것이다. 남성의 상징은 하나의 권력이기 때문에 보다 큰 성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령 자기가 남보다 큰 승용차에 탈 때 느끼는 우월감과 다를 바 없다. 남자 성기에 대한 고정관념은 강자만이 승리한 원시시대의 ‘거근 선망심리’가 권력의 상징이 되면서 굳어진 착시현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남자 성기의 사이즈는 남자의 관점에서 하나의 자랑거리에 불과하다. 권력욕이 투영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남자의 성기 사이즈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거근 콤플렉스는 사실 성관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안정적인 성생활을 바란다면 무엇보다 거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거근에 집착하기보단 차라리 아내의 성욕을 충족해주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곽대희 곽대희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