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여줬더니 현금만 쟁여놨다
[Cover 파트2] 법인세 인하 효과 있었나
2013-03-13 강서구 기자
법인세 인하의 목적은 경기부양이다. 법인세를 줄인 만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명박(MB) 정부가 법인세 인하책을 사용한 이유다. 하지만 감세혜택을 받은 기업은 덜 낸 돈을 쟁여놓거나 다른 곳에 쓰기 바빴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MB) 정부의 세금코드는 ‘감세減稅’였다.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법인세 역시 감세를 꾀했다. MB정부는 집권 초기인 2008년 가장 먼저 과표구간과 세율을 바꿨다. 2007년 법인세 과표구간은 1억원 초과(최고세율·25%), 1억원 이하(최저세율·13%)였다. 2008년 이를 2억원 초과, 최저세율을 13%에서 11%로 낮췄다. 이런 흐름은 2009년까지 이어졌는데, 법인세 최고세율과 최저세율을 각각 3%포인트(25%→22%), 1%포인트(11%→10%)로 인하했다.
한편에선 ‘대기업 세율을 너무 낮추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MB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론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패널 분석을 통해 “법인세율 5%포인트를 인하하면 자본 대비 투자 비율이 1.9%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다이치생명연구소는 2010년 일본이 당시 선진국 중 최고인 40%에 달하는 법인세율을 10%포인트 내릴 경우 향후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5조9000억엔 증대되고, 외국계 기업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부자감세 논란이 잇따랐지만 MB정부는 법인세만은 감세코드를 유지했다. MB정부는 2011년 법인세법을 개정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이 개정법은 2012년 1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먼저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구간을 ‘과세표준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로 바꿈과 동시에 세율을 22%에서 20%로 낮췄다. 사업회계년도 기준 연소득이 2억원을 넘고 200억원 이하인 기업은 2%포인트 감세혜택을 받았다.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구간에 대해서는 22% 세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법인세 인하 기대효과는 간단했다. 법인세는 일반적으로 법인 분야에 투입된 자본에 대한 과세로 통한다. 법인의 조세 부담이 증가하면 기업의 투자수익률이 하락한다. 주주로선 투자수익률이 낮은 법인에 굳이 자본을 투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자본 공급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기대효과는 또 있다. 법인세를 낮추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법인세를 덜 낸 기업들은 투자보단 현금을 쟁여놓기 바빴다. 특히 대기업은 고용을 늘리는 데 인색했다. MB 정권 4년 동안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0.4%에 그쳤다. 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윤의 향상과 성장으로 이어지고 투자금액이 증가해 고용 확대 효과가 나타나는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총저축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총저축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44%에서 2011년 13%까지 떨어진 반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3%에서 63%까지 늘어났다. 기업이 이윤을 투자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자금 확보에 더 치중했음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다시 말해 법인세 인하전략이 경제 아랫목을 덥히지 못했다는 의미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법인세 인상론論’이 다시 제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의 법인세가 다른 나라보다 낮지 않은데 더 올리면 어떡하느냐는 거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2년 ‘국제 조세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5%다. 노르웨이·룩셈부르크·호주·뉴질랜드·스웨덴에 이어 OECD 34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다. 일본·미국·캐나다 등의 G7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수 비중이 낮다.
하지만 이는 외국의 법인세수 체계를 잘못 판단한 통계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 법인의 소득을 기업주의 소득으로 판단해 법인세 대신 소득세를 부과한다. 당연히 GDP 대비 법인세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수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소규모 주식회사의 소득에도 법인세를 부과한다”며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세율과 다른 것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적용하는 방식 때문이다”고 말했다. GDP 대비 법인세수는 한 국가의 법인세의 총액을 GDP와 비교하는 자료일 뿐 법인세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근거가 아니라는 얘기다.
OECD 평균보다 낮은 한국 법인세
실제로 국내 법인세는 OECD 평균보다 낮다. OECD 법인세 최고세율 자료(2010)에 따르면 미국 39.2%, 프랑스 34.4%, 이탈리아 27.5% 일본 39.5%, 덴마크 25.0%다. 한편에선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박한다. 옳은 지적이다.
미국은 최근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8%로 인하했다. 제조업의 경우 25%로 10%를 낮췄다. 캐나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2010년 18%에서 매년 1.5% 포인트씩 내려 2012년 15%까지 낮췄다. 영국은 2011년 28%였던 법인세율을 26%로 인하한데 이어 2012년 24%로 낮췄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 11월 법인세수를 3년간 450억 유로(약 63조6000억원) 감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법인세 인하에도 우리나라의 법인세율보다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가 많아 기업의 실제 부담률은 명목상의 세율보다 낮다. 산출세율이 22%라고 해도 실제 부담률인 실효세율은 22%보다 작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6.97%에 불과했다. 명목상 세율 22%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2008년과 비교하면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4.1%포인트 감소했다.
해외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고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게 아니다. OECD 회원국의 법인세율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투자와 고용이 느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반대의 사례를 예상해 봐야 한다. 법인세를 늘리면 세수가 늘어난다. 세수가 늘어나면 복지 인프라가 구축되고 소비가 활성화된다. 소비가 활성화되면 제품이 많이 팔리고 기업수익이 늘어난다. 이게 복지 아닐까. 대기업에게 ‘낙수효과’를 기대하기엔 이미 늦은 듯하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 @ksg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