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의 진수 공용주파수 나누기
미래부-방통위‘주파수 분할’괜찮나
2013-03-11 박용선 기자
여야 정치권이 정부조직 개편 협상과정에서 주파수를 통신과 방송으로 나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개발•관리하도록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나눠먹기’ ‘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이끌 미래창조과학부 껍데기 부처 전락 우려’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창조경제를 실현할 핵심부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껍데기 부처가 될 위기에 놓였다. 이유는 방통위의 업무 이관에 있다. 미래부가 설립되면서 방통위의 주파수 관련 업무는 미래부로 옮겨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3월 5일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 잠정 합의문에 따르면 방통위와 미래부가 공동으로 주파수 관리를 맡게 됐다.문제는 합의문이 이행된다면 미래부는 사실상 껍데기로 전락하게 된다. 방통위와 공동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주파수를 각각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는 국가자원으로 정보통신산업의 인프라”라면서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는 방송용•통신용이 혼재돼 있어 하나의 부처에서 용도에 따라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디지털TV 방송 대역(470~806㎒)을 보면 방송용•통신사업자의 망임대용으로 쓰이는 고정통신, 휴대전화 서비스가 포함된 이동통신 등으로 용도가 혼재돼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주파수를 공동관리한다면 주파수 관리과정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아날로그 방송용 주파수 700㎒ 대역의 경우 올 10월까지 디지털TV채널용으로 재배치된다. 지난해 12월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기존 주파수가 디지털TV채널로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방송용으로 사용됐던 주파수 대역이 통신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합의문이 이행된다면 미래부는 신규•회수 주파수 분배•재배치 심의기능을 상실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가칭)에서 주파수 분배•재배치 심의를 맡기로 명시돼 있다.
앞서 미래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능 가운데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와 산업융합,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콘텐트•지식재산권,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 보호•정부통합전산센터 분야 등을 넘겨받지 못하면서 ‘껍데기론’이 떠오른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비효율적인 주파수 관리 문제만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주파수는 군사용•재난용•방송용•통신용 등 용도가 다양해 방송용으로만 볼 수 없다”며 “주파수는 국제적으로 쓰이고 무선국 허가 개념으로 여야 정파싸움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6일 인터넷TV(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여당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공영방송 이사 추천 요건 강화, 언론청문회 즉시 실시, 김재철 MBC 사장의 비리 검찰 조사와 사퇴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백영미 뉴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