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전면 번호판 공기 흐름 방해

김필수의 Clean Car Talk

2013-03-07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스쿠터•모터사이클를 총칭하는 이륜차는 뒷면에만 번호판이 부착돼 있다. 앞뒷면에 번호판이 있는 일반차량과 다르다. 왜 그럴까. 우선 일반차량과 달리 이륜차는 기동성이 뛰어나다. 무게 대비 출력이 높고 두개의 바퀴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좁은 길이나 곡선주로를 주행할 때 좋다. 그만큼 연비개선 효과도 크다.

그러나 일반차량에는 있는 외부 보호막이 없어 안전성을 더 고민해야 한다. 공기저항을 잘 활용해야 두바퀴로 운행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 이륜차 생산업체는 공기역학적인 측면을 고려해 설계한다. 고속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은 특히 그렇다. 이륜차에 전면 번호판이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륜차로 주행할 때 전면 번호판이 공기 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이 커서다. 공기저항으로 운전대의 움직임이 둔해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의원 입법으로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을 고려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단순히 이륜차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한다. 실제로 국내 이륜차는 위험을 떠안고 다닌다. 보도•차도 구분 없이 주행하고 일반차량을 곡예하듯 파고드는 이륜차는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일반차량 운전자는 이륜차가 다가오면 겁부터 낸다. 접촉사고라도 발생하면 잘잘못을 떠나서 일반차량 운전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이륜차 시장은 연간 11만여대가 팔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IMF) 이전 시기와 비교해 40% 급감했다. 국내 이륜차 자체가 고사 위기에 놓인 것이다. 국내 생산업체도 여러 번 도산위기를 넘겼다. 이륜차 양대업체인 대림과 효성을 보면, 효성은 주인이 두 번 바뀌면서 S&T로 넘어갔다. 대림은 사업의 반 이상이 일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의 이륜차 제도는 후진적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이륜차에 별다른 투자도, 정부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투자와 지원이 없으니 좋은 이륜차가 개발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륜차 관련 보험제도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폐차제도는 아예 없고, 초기에 사용신고만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륜차가 실질적으로 몇 대인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검사•정비제도 역시 없다.

성숙한 이륜차 문화 조성해야 할 때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전면 번호판 부착’이라는 이상한 제도를 생각해 낸 것이다. 물론 입법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면 안전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안전에 영향을 준다면 절대로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

건전한 선진형 이륜차 문화 조성은 중요하다. 이륜차도 일반 차량과 같이 법규를 준수하며 운행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이륜차의 권리를 보장하는 균형 있는 제도적 뒷받침, 이륜차도 똑같은 교통수단으로 인정해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문화를 조성해야 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제도 도입은 아직 생각할 때가 아니고,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