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등잔 밑’ 밝혀라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사전 통보를 하거나 임금님 행차하듯 유난을 떨며 방문해서는 안 된다. 사전에 알려 철저히 준비하게 만든 현장방문은 이벤트일 뿐, 의견수렴을 위한 진정한 노력이 아니다. 민낯을 봐야 진짜 얼굴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현장경영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왓슨와이어트가 CEO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물었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법은 현장에 있다. 독단적 리더가 되지 않고 의견을 수렴할 줄 아는 열린 상사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해법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흔히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다. 해답은 등잔 밑을 밝히는 것이다. 조직에서 등잔 밑 밝히기는 바로 현장직원과의 대화로 이뤄진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창립자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가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해서다. 새벽 3시에 도넛 봉지를 들고 정비소를 찾는 현장 마인드가 있었기에 직원들의 유머 코드를 읽을 수 있었다. 허공에 맴도는 펀(fun) 리더십은 세상에 없다. ‘대체 우리 사장(팀장)이 내가 뭔 일을 하는지 알고 있을까’ 하는 직원들의 의문에 ‘예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사가 진정한 리더다. 현장 사람들과 친하지 않은 리더들은 진정한 답을 찾기 힘들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사전 통보를 하거나 임금님 행차하듯 유난을 떨며 방문해서는 안 된다. 사전에 알려 철저히 준비하게 한 현장방문은 이벤트일 뿐, 의견수렴을 위한 진정한 노력이 아니다. 민낯을 봐야 진짜 얼굴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현장경영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환영받는 상사가 되려면 원칙이 옳더라도 그 사이에 마블링처럼 껴 있는 장애물과 문제점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간담회 등 소통의 장을 통해 일선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물론 이는 바람직한 시도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장벽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긴장하고 불편해하는 게 중간관리자들이다. 이때 경영자들의 처신이 특히 중요하다. 일선 말단부하들에게 들은 불평을 있는 그대로 중간관리자에게 전해 ‘후폭풍’이 일게 해서는 안 된다.
J사장은 일선 부하들에게 현장의 문제점이나 고충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e-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보내오지 않는 게 이상해서 알아보니 중간임원 단계에서 사장에게 온 e-메일을 체크하더라는 것이다. 그 후 J사장은 현장 말단 직원에게 받은 e-메일은 받자마자 다운받고 즉시 지운다. 정보원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현장의 불만·아이디어를 듣자마자 곧이곧대로 시정을 명하거나, 언급된 인물에게 호통을 쳐 정보원을 노출하지 마라. 그다음부터 현장의 소리는 차단되기 시작할 것이다. 현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현장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필수다. 진정성 있는 상사는 결코 탑의 꼭대기에 위치하지 않는다. 원의 중심에 서서 현장과 사방팔방 교류한다.
그런데 때로는 독단적이지 않은 사람이 상사로서 독단적이란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쁘다는 점이다. 스케줄이 많아 늘 부산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회의에서 자기 말만 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몸이 바쁘면 마음까지 바빠지게 마련이다. 스케줄을 비워두라.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최우선 업무로 두면 무엇을 서둘러 빨리 끝내고 뒤로 미뤄둘지가 분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