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워크아웃, 줄도산 뇌관 터지나

건설업계 도미노 부도 공포

2013-03-04     유두진 기자

건설시공능력 13위의 쌍용건설이 기업재무개선(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쌍용건설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여파로 돈줄이 말라버린 건설사가 비일비재하다. 상장 건설사 3곳 중 1곳이 적자라는 통계도 나왔다. 건설업계 안팎에 ‘도미노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월 15일 시공순위 49위 한일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2월 26일 시공순위 13위 쌍용건설이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올 들어 1500억원의 선수금을 받지 못한 쌍용건설은 돈맥경화에 시달려 왔다.

중견건설사 한일건설이 주저앉은 것도 충격이지만 대형건설사로 분류되는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쌍용건설은 현재 해외 8개국, 16개 현장에서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3조원 규모의 해외공사 입찰도 준비 중이다. 더구나 쌍용건설의 협력업체는 약 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협력업체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쌍용건설만 고난의 시기를 보내는 건 아니다. 국내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돌입한 업체는 21곳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업체도 많다.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건설사 42곳 중 15곳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35.7%에 이른다. 금호산업•남광토건•삼부토건•고려개발•삼호 등 10개 업체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중 두산건설은 순손실 규모가 6541억원에 달해 업체 중 적자규모가 가장 컸다. 자본금의 ‘탕진여부’를 가리는 자본잠식률은 31%에 달한다. 두산건설은 시공능력 12위다. 두산건설이 논현동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사옥매각은 자금마련의 한 방법이지만 우리는 계열사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기로 하는 등 위기를 돌파할 능력이 있다”며 “쌍용건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업계에선 두산건설의 논현동 사옥 가치를 1500억원 정도로 평가한다. 덩치가 큰 매물인 만큼 매각과정이 순조로울지 지켜봐야 한다.

뾰족한 개선방안 안 보여

시공능력 16위 금호산업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자본잠식률이 97.4%에 이르러 완전자본잠식 직전이다. 지난해 적자는 3750억원이었다. 이밖에 삼호(43.3%), 신원종합개발(15.1%) 등의 자본잠식률도 만만치 않다. 상장사의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향후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경우 상장폐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경기는 부동산 불황의 역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부동산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건설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건설업체가 많지만 해외시장의 사정 역시 국내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업계 안팎에 ‘도미노 붕괴’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쌍용건설 워크아웃이 그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