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풍요롭게 하는 ‘섹스레슨’
곽대희의 性 코너
2013-03-04 곽대희 원장
정절貞節은 곧 생명이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계의 섹스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상대에 대한 제한이 거의 사라졌다. 여성들이 성의 구속에서 그만큼 홀가분해졌다는 얘기다.
완벽한 피임이 가능해진데다 임신을 하더라도 사후 피임제를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남자 없이도 독립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동양 역시 마찬가지다. 서양국가의 문화처럼 ‘프리섹스’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이런 성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여성의 성적 취향이 서방국가를 빠르게 쫓아가는 듯하다. 실제로 프리섹스라는 관념은 현대사회 모든 젊은이의 머리에 깊숙이 꽂혀 있는 것 같다.
합법적 섹스레슨 가능한가
서방국가에는 섹스레슨이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성생활의 궁합이 맞지 않아서 고민인 커플의 섹스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동양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일본의 진천津川이라는 의사는 파트너를 바꿔서 섹스를 하는 이른바 ‘부부교환 프로그램’을 추진한 적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부부를 교환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사람을 구해야 했다. 스와핑 파트너를 동반하지 않으면 매춘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치료실을 개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아내와 즐거운 성생활을 누려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는 이는 많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병든 성을 고치긴 해야겠는데, 아내가 낯모르는 사내와 3~4시간 벌거벗은 몸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진천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스와핑 파트너를 찾았다. 예쁘게 생기진 않았지만 섹스레슨을 성스러운 임무로 여기는 미용사 출신이었다. 그는 성심성의껏 남편을 돕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많은 남자가 동의했다. 자기가 다른 여자와 ‘메이크 러브’를 하는 건 상관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자기 아내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 치료는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반복해서 복습하는 과정을 통해 파트너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성적 감지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불화의 원인이 돼 복잡한 가정문제를 야기한다는 난점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을 갖고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생활을 하지 못하는 어떤 부부는 이혼만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프로그램에 응했다. 실제로 이렇게 파트너를 교환하는 섹스치료법은 한걸음 더 발전해 ‘결혼치료(marrital thera phy)’라고 불리고 있다.
성생활은 행복한 가정생활의 기본
방법은 대략 이렇다. 파트너를 바꿔 성인영화를 밤늦게까지 본다. 서로 충분히 스킨십을 즐기며 성적 흥분의 온도를 서서히 높여간다. 완벽한 자극을 통한 성적 감수성을 높이는 섹스 방식이다. 평소에 집에서는 남편의 무성의로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를 새로운 파트너를 상대로 하나씩 풀어가는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트너에 대한 의구심을 되도록 속히 잊어버리는 거다.
치료기간이 길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한 후 한 스텝씩 발걸음을 내딛는 방식이기 때문에 웬만한 실천의지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성은 자식을 낳기 위한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는 생활철학에 통달하지 못하면 이렇게 긴 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