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조회는 먼지 터는 일 아니야

유순신의 CEO스토리

2013-02-27     김건희 기자

인사검증을 받는 것은 총리나 장관 후보자만이 아니다. 직장인도 평판조회라는 자격검증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력서와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앞모습을 볼 수 있다면, 평판조회는 뒷모습을 살펴보는 것이다.

많고 탈 많던 새 정부 요직 인선이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연이은 후보사퇴와 후보고사로 이어졌던 장관ㆍ총리 인선과정을 보면 ‘과거를 묻지 마세요’란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나라 살림을 맡을 책임자를 결정하는 일에 철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인선의 3대 걸림돌인 아들 병역문제ㆍ증여ㆍ세금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후보가 과연 몇명이나 있을지 의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자격검증을 받는 것은 총리나 장관후보자만이 아니다. 직장인도 평판조회를 통해 과거와 현재, 쌓아온 경력 등의 자격검증을 받는다. 이력서와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앞모습을 본다면 평판조회는 뒷모습을 살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도 평판조회를 중시하고 있다. 임원 등의 주요직책만이 아닌 작은 직책에도 의무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회사 내에서 임원을 발탁할 때에도 사내 평판을 조회한다. 외국에서는 범죄ㆍ신용기록까지 살펴본다. 아들 병역ㆍ증여ㆍ세금문제가 총리와 장관직의 3대 걸림돌이라면 직장인에게 3대 주의 목록은 금전적 비리문제ㆍ성희롱이나 폭력문제ㆍ학력 위조다.

수년전 터진 한 유명 대학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은 학력검증 수위를 강화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동문을 통한 평판조회를 수차례 실시하고,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유학한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조사한다. 해외 대학 졸업자의 입학ㆍ졸업 여부를 유료로 확인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오히려 학력검증은 용이한 측면이 있다. 어찌 됐든 사실만 확실하면 되는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인사검증 실시 기업 늘어

반면 정확한 증거나 기록에 의지할 수 없는 뒷모습을 검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내야 하는 후보자의 성향ㆍ태도ㆍ투명성 등은 보다 밀도 있고 여러 번에 걸친 철저한 평판조회로 살펴봐야 한다.

물론 평판조회 결과가 채용의 당락을 100% 좌우하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 의외의 평가가 나오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체조나 피겨경기에서 점수를 매길 때 최저점과 최고점은 제외하듯 인사후보자의 평균적인 평판에 비해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판조회를 한두 차례 더 실시해야 한다. 한 후보자라도 각기 다른 평가를 받게 마련인지라 누가 말한 평판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사람을 검증하는 것은 무엇보다 힘든 직업이다.

이에 따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100% 신뢰하기 보다는 여러 명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후보자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을 도출하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환경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어떻게 이력서 한장과 인터뷰 한두 번만으로 중책을 맡길 사람을 고를 수 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후보자의 뒷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평판조회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직장인으로선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살고, 물의를 빚지 않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다.

평판조회는 흠을 잡기 위해 먼지를 터는 작업이 아니다. 신뢰를 확인하는 작업임을 다시 한번 유념하자. 과거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인 만큼 아무리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금전적인 비리문제ㆍ성희롱이나 폭력문제ㆍ학력 위조에 얽히지 않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직장인이라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