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테마주마저 출렁이지 않았다

[Special 파트1] 北 3차 핵실험, 금융시장 여파는…

2013-02-18     심하용 기자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당시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증시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원화는 폭락했다. ‘북한 리스크’가 작용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7년 후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단행됐다. 잠시 출렁이던 국내 금융시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회복세로 돌아섰다. 북한 핵실험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 미미해졌다.


국내 금융시장은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을 ‘예상했던 악재(북한 리스크)’로 받아들이며 차분하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20일 전부터 핵실험을 여러 번 예고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미리 충격 완화에 들어갔다. 2006년, 2009년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당시 북한 리스크는 단기 이슈에 그치는 현상을 보였다.

실제로 핵실험 직후 주가는 장중 다소간의 출렁임은 있었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2월 1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26% 하락한 1945.79포인트로 마감했다. 예견됐던 악재가 나왔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외국인의 매수세로 돌아섰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며 원화강세를 보였다.

과거 북한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쳤던 파급효과를 살펴보면, 이슈가 나온 직후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은 있었지만 이내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해가 갈수록 그 영향력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의 경우, 코스피는 장중 3.58%, 종가 기준 2.41%로 크게 하락했다. 당일 원·달러 환율은 1.54% 상승하며 민감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코스피는 1주일, 환율은 2주일 만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때는 코스피가 장중 6.31% 급락했지만, 종가로는 0.20%에 그치며 영향력이 장중 효과에 그쳤다. 그 마저도 3일 만에 원상회복됐다.

‘북한 테마주(방산주)’도 같은 상황을 보였다. 2월 12일 북한 핵실험 발생 당일 급등세를 보이더니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방산업체 휴니드는 전일 대비 7.8% 오른 4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휴니드는 13일 12.22% 떨어진 38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군용 전자시스템 생산업체 빅텍은 12일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13일 하한가인 2125원으로 마감했다. 방독면 제조업체 HRS도 13일 4.41% 하락하며 같은 흐름을 보였다.

12일 하락세를 보였던 ‘남북 경협주’는 소폭 반등했다. 13일 제룡산업은 10.51% 오른 568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신원은 2.9% 상승한 1420원을 기록했다. 이화전기도 3.06% 오르며 강보합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북핵 리스크에도 꿋꿋했다. 삼성전자는 12일 0.41% 올랐고, 13일에는 1.29% 증가한 148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역시 이틀 연속 주가가 오르며 21만6500원을 기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이벤트는 해묵은 이슈지만 발생할 때마다 동북아 긴장 분위기가 고조됐던 만큼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그 영향은 늘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습효과로 단기 이슈로 작용

현재까지의 북한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내비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대응에 따라 후폭풍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매수세로 돌아섰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12일 기관은 1521억원 매도 우위를 보인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1월 3일 이후 최대치인 1255억원을 순매수했다. 또 13일과 14일에도 각각 1129억원, 763억원을 사들이는 등 3일 연속 매수세가 이어졌다. 그동안 원화강세·엔화약세와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경 이슈 등으로 매도 우위가 계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채권시장에도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일 2.71%로 전일대비 0.01%포인트 하락했고 외국인은 핵실험 직후 국채 선물시장에서 순매수를 확대했다. 예견됐던 악재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수기회로 여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련 리스크가 불거진 후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3차 핵실험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북한 리스크가 터진 것은 모두 10건이다. 이 중 북한 리스크 발생 당일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모두 7건에 달한다.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2003년 3월 10일 동해상 미사일발사, 2011년 11월 19일 김정일 사망, 2012년 4월 13일 1차 장거리 로켓 발사 3번뿐이었다. 김정일 사망 이전까지 코스피는 북한 관련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단기간 내 회복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의 혜택을 상당히 누려왔다는 얘기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보인 것은 예상했던 악재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그동안 외면하던 국내증시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올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조7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말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물량은 대부분 청산됐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는 자충수를 둘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북핵보다 글로벌 경제가 더 중요

외환시장 역시 북핵 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과거 1차 핵실험 때는 원·달러 환율이 15원 올랐고 2차 핵실험 때는 3거래일간 22원 오르며 요동쳤다. 그러나 과거 모습과는 달리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9원 하락한 1090.8원으로 장을 마쳤다. 13일과 14일에는 각각 4.0원, 3.0원 하락해 원화강세를 이어갔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투자자들도 그간 유지해왔던 롱포지션(달러매수·원화매도)을 청산하고 달러를 되팔았다.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의 이유로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개선됐다는 점을 꼽았다. 게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것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북한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쳤고 해가 갈수록 그 영향마저 미미해지고 있다”며 “원·달러환율은 15~16일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용선·심하용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