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콤비 말고 제3인물 띄워라

민주당 부활하려면…

2013-02-11     김성민 기자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승리했고 민주통합당은 패배했다. ‘패자는 말이 없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승부의 법칙이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패했다고 움츠러들면 안 된다. 전열을 가다듬고 제 역할을 해야 승자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할 수 있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민주당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의 진로가 ‘안개속’이다. 선거가 끝난 지 40여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대선 평가 중이다. 패배의 충격이 커서 아직도 결론을 못 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내분과 계파갈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국을 흔들 정도의 능력도 안 되면서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계파갈등은 당분간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향후 단일지도체제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서다. 혁신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해체될 것이라는 비명이 들리지만 요원하다. 그들을 지지한 48%의 국민이 머리를 끄덕일 만한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계파갈등 봉합부터 해야

1월 9일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당내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비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회초리 민생투어’ 때다. 민주당 의원들은 1월 15일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한 후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을 배경으로 큰 절을 올렸다.
 

이런 모습은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전파됐다. 하지만 “생쇼하지 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백하고, 앞으로는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하겠습니다’고 말도 안하는 사람들한테 회초리를 들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었다.

이런 비판은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비주류 중진인 김영환 의원은 “삼배하며 사과하는 퍼포먼스보다 대선 평가회를 전국적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국민사과를 몇 차례 하고 바로 혁신의 길로 ‘우리가 이렇게 변해간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병호 비대위원은 회초리투어 초반 경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쇼가 아니다”며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고 있고 꾸준히 하게 되면 국민들이 평가해줄 것이다”고 항변했다. 그는 “정확한 평가를 진행할 것이고 동맥경화처럼 막힌 정치권을 뻥 뚫을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 비대위원의 말에도 혁신안의 모습은 잡히지 않고 있다. 대신 문재인•안철수 두 전 대선후보의 역할론이 불거졌다. 대선평가를 제대로 끝내기도 전에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민주당 내 쇄신파로 불리는 황주홍 의원은 1월 10일 “대다수 민주당 구성원이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와 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면 어려운 결단(안철수 신당행)을 하게 될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런 얘기들이 실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 의원들이 민주당의 방향성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전 후보가 당의 혁신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월 9일 비대위원장 선출 직후 “문재인 전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번 대선 기간 중 이뤄진 정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무리 지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런 발언은 문재인 역할론이 고개를 드는 촉발제가 됐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핵심 요지는 “대선에서 48%의 성원을 보내준 지지자들을 상대로 ‘문재인식’ 정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인 이용득 전 최고위원도 “대선 패배 이후 한 달 동안 잠적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민들 만나면서 사과도 하고 해야 한다”며 문 전 후보의 복귀를 에둘러 촉구했다.

반면 안민석 의원은 “문 전 후보는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으로서 자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민주당은 계파갈등을 완화해야만 좀 더 생산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주당했다.

이처럼 문재인, 안철수 후보 역할론은 민주당이 수습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인 계파갈등의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경우 입당 또는 관계 설정 방식을 놓고 친노•주류 측과 비주류 측 간에 대립각을 세우는 씨앗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역할이 새 지도부 선출 등 당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있어서다. 최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계파갈등의 또 다른 빌미가 됐다. 이 보고서에는 “안철수 전 후보의 입당 문제로 내부 혼란이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내용을 놓고 비주류 측은 친노 세력의 의중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인다. 비주류 측은 안철수 전 후보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친노•주류 측이 당권을 다시 장악하는데 불리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보고서에 넣은 것이라는 풀이다.

이에 반해 은수미 의원은 1월 30일 열린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유권자들은 혁신을 포기한 채 친노-비노 계파분쟁으로 선거를 치르고 노무현-박정희, 민주-독재로 대선을 치른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국민정당을 표방하는 만큼 한쪽을 배제하는 식이 아니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정체성과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도 계파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4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는데 이때 당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계파 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월 1일 충남 보령에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통합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해구 정치혁신위원장은 “민주당이 무능력한 것은 계파갈등 때문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또는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하는 한편, 당의 비민주성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민주당 새판 짤까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지도체제가 단일지도체제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새 지도부가 선출되기 전까지 마지막 사활을 건 계파갈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단일 체제로 변환될 경우 지도부와 당직자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위기감은 더욱 높아져 갈등의 불씨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지금 방식대로라면 향후 5~10년 동안 야권 지지자들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안고 있는 현재의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당이 깨진다”며 “어떤 방식이 됐든 친노 세력과 그 반대편 세력 간의 전면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민주당 내 계파갈등은 정국을 흔드는 큰 변수는 못될 것”이라며 “정치라는 것이 집권 능력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인데 민주당 내에는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안철수 전 후보가 돌아와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신당을 창당하면 민주당 내 상당수가 그 곳으로 헤쳐모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성민 기자 icarus@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