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딜레마, 부자증세가 답이다
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월 20만원으로 노후를 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노후를 대비해서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한다. 월 일정액의 연금을 무리해가면서 부어온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이나 연금을 안 낸 사람이나 똑같이 20만원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기초연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뜻밖에도 저소득 노인층의 강한 저항을 부르고 있다. 당선인의 당초 공약과 다를 뿐만 아니라 가난한 노인을 우롱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공약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해 관리하겠다고 했다. 재원이 별개인 두 연금을 통합해서 운영한다는 데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공약이었다.기초노령연금은 정부의 재정지출이지만 국민연금은 연금기금의 지출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자금은 국민을 대상으로 징수한 세금이지만,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선택에 따라 낸 돈을 중심으로 모은 기금이다. 세금처럼 징수한 돈이 아니란 얘기다.
세금 제대로 걷어 복지재원 충당
둘을 합쳐 운영하면서 보편적 복지정책의 지출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은 ‘조달과 운용’의 모순이다. 대선기간 중에 필자는 ‘복지정책의 재원조달은 정부의 일반재정지출일 것’이라고 이해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본인의 평소 주장과 같은 선별적 복지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 9만6000여원에서 20만원으로 약 10만원을 올려 지급한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자뿐만 아니라 모든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다.
기초연금이기 때문에 지출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재벌과 부자의 증세에 대한 반발을 억누르고 그만큼 증세를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선거기간 중이므로 증세에 관한 세부공약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좋게 해석했다.그러나 당초 공약과 달리 최근 제시한 박 당선인의 가이드라인엔 국민연금소득이 20만원 이상의 노인이면 기초연금을 줄 필요가 없다. 20만원이 안 되는 노인들에게만 재정으로 20만원이 될 때까지 채워준다는 식이다.
월 20만으로 노후를 보내는 건 친지나 이웃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노후를 대비해서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한다. 월 일정액의 연금을 무리를 해가며 부어 온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연금 안 낸 사람과 똑같이 20만원만 보장된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우롱당한 느낌일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을 우롱하게 된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재정지출에서 복지예산을 짤 만큼 여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처음부터 재원조달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거나 그 의지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거두절미하고, 기초노령연금을 인상 논란의 본질을 살펴보면 당선인이 대선기간 중 행사한 전형적 포퓰리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증세에 대한 고민도 없이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주겠다고 해서다.
재벌ㆍ부자 세제혜택 거둬들여야
박 당선인이 포퓰리즘 소리가 듣기 싫다면 지금이라고 재벌과 부자에게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수출재벌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할 것이다.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베풀고 있는 세제혜택의 특혜를 당장 거둬들이길 바란다. 또 이들에게는 부가가치제도 0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제대로 걷어서 복지재원으로 충당하길 바란다. 부자증세는 사회당 정권이 등장한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미국조차도 연 4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에게 개인소득세를 40% 가까이 물리고 있다. 부자기업에 대한 법인세도 우리보다 훨씬 높게 걷힌다. 2014년 조세회피지역을 제외한다면 부자와 재벌에게 세제특혜를 가장 많이 주는 나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