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길어진 그들, 기름때 묻히긴 싫어
[Special 파트5] 미스매치에서 고학력 시대 읽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노동관련 공약으로 ‘늘지오’를 내세웠다.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오)’리겠다는 내용이다. 박 당선인이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제대로 읽고 이 공약을 내세웠는지 의문이다. 늘지오를 실천하기 전 인력의 ‘미스매치’ 현상부터 파악했어야 옳다는 지적이다.
서울 답십리동에서 식품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이명출(45)씨. 그는 요즘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명절 때라 주문은 밀려드는 데 직원이 부족해서다. 이곳저곳 구인광고를 내봤지만 사람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력서를 보내온 몇몇 지원자는 전화로 회사규모와 위치 등을 물어본 뒤 정작 면접자리엔 나타나질 않는다. “이렇게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서야….”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TV를 틀어본다. 토론회가 한창 진행 중이다. 토론의 주제는 ‘청년 실업난’이다.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다고 투덜대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전문가들은 미스매치의 주된 원인으로 학력과잉을 지적한다. 과도한 고등교육 탓에 대졸구직난과 중소기업인력난이 동시에 촉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현장에서 일해야 할 잠재 인력들이 (과도하게) 대학에 진학해 눈높이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참조: The Scoop 12호 42~43p]
전문계 고등학교의 취업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문계 고등학교의 2010년 대학 진학률은 72.1%에 달하고, 취업률은 19.2%에 불과하다(직업능력개발원 발표수치). 고졸 수준의 학력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난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외국인 노동자가 해소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외국인고용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외국인 취업자는 79만1000명이다. 월평균 급여 100만~200만원 미만이 51만9000명(68.4%), 100만원 미만이 5만2000명(6.8%)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75.2%가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선호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단순 노무를 원하는 한국인은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다른 미스매치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 다른 한편에선 ‘그들 때문에 일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족한 인력을 외국 노동자로 충원하다 보니 중소기업은 국내 구직자가 기피하는 일자리로 변해간다”고 지적했다.
미스매치는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재취업을 바라는 중장년층이 몰리면서 세대간 구직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3년간 구직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커피전문점•패밀리레스토랑•매장관리 등 20대가 선호하는 직종에 지원한 50대가 최대 16배까지 늘어났다.
반대로 20대는 청소•경비•육아 등 주로 50대가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일에 지원한 경우가 최대 15배까지 늘었다. 청년실업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중장년층 일자리에 뛰어드는 것이다. 최인녕 알바천국 대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아르바이트 유입도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20대 인력 활용에 중심을 두던 현재의 아르바이트 고용구조도 개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