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마조히즘은 빠져나오기 힘든 덫

곽대희 性 코너

2013-01-29     곽대희 원장

인간의 본성에는 남을 괴롭히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디즘과 괴롭힘을 당할 때 희열을 느끼는 마조히즘이 존재한다. 이런 모순된 성격은 성관계를 통해 반영된다. 예를 들면 남편이 성행위 때 ‘고통스럽다고’ ‘그만 중지하라’ ‘템포를 줄이라’는 아내의 호소를 무시하면서까지 자기의 성적 만족만 추구하는 심리는 가학적 섹스, 이를테면 사디즘의 형태다.

이런 사람에게 꼭 알맞은 여성 파트너는 남자의 가학성이 지속될수록 쾌락의 밀도가 진해지는 피학대성 성애의 소유자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극단적 섹스 형태를 선호하는 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학대성 성심리를 묘사한 소설이나 영화가 없지만 일본은 그런 성향의 섹스 소설이 잘 팔린다. 그런데 가학적 섹스의 취미는 일본과 유럽이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 발행된 소설 「꽃과 뱀」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을 주제로 남녀의 성생활이 구성돼 있다는 이상성異常性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꽃은 여인을 상징하고, 뱀은 여성을 괴롭히는 밧줄을 의미한다고 보면 소설의 주인공이 일반인과 다른 성생활을 즐긴다는 것을 추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밧줄은 여자가 입고 있는 기모노의 허리끈을 지칭하고, 그것을 풀면 전라의 여체가 나온다. 본래의 일본 여성의 전통의상에는 팬티라는 게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장면의 에로티시즘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유럽의 사도마조히즘(SM)에는 ‘밧줄’ 개념이 없다. 대신 가죽제품의 구속도구가 종종 등장한다. 말을 구속할 때 마구馬具가 필요하다는 것에서 착안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에로틱한 여인의 사랑을 그릴 때 애마부인이라는 칭호를 쓴 것처럼 말이다. 말을 채찍으로 때리거나 자신이 말이 돼 채찍을 맞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이것이 유럽형 SM의 본질이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사디즘과 마조히즘

포르노에서 밧줄로 묶어서 조이는 행위를 기본으로 삼는 일본의 포르노 형식과 대비하면 그 차이점을 이해할 것이다. 옛날의 에로티시즘은 겹겹이 입은 속옷을 하나하나 벗기는 데 묘미가 있었지만 현대물 속옷의 매듭형 단추를 풀어야 음모가 드러난다.

남자가 그렇게 대시해 들어갈 때 여자가 ‘싫다’고 반항하면 에로틱함의 농도가 더해진다. 포르노소설에서 난폭한 남자는 귀부인의 운전수라든가 하인이다. 하층신분의 사내가 동경하는 대상인 귀부인을 가혹하게 다루는 섹스방식은 색다른 에로티시즘일 수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마조히즘에 빠져 있다면 스토리의 자극성은 더 강해진다. 성적 쾌감이 커질수록 수치감의 임계점이 낮아지는 게 에로티시즘의 시발점이다. 처음에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다가 다음에는 가학적 행동에 익숙해져 색다른 묘미에 빠진다는 내용의 에로소설이 많은 이유다.

흥미로운 건 여성이 마조히즘이고, 남자가 사디즘일 때 간혹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가학성 기질의 사내가 여자의 목을 조였을 때 그 여자가 흥분을 조절하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SM은 출생할 때부터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자는 10명 중 7명이 사디즘, 여자는 10명 중 7명이 마조히즘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섹스를 할 때만은 자신을 더 공략할 것을 요구하는 귀부인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성의 영역이다.

사드 후작의 소설 주인공들은 섹스 도중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역할을 바꾼다. 채찍으로 자신을 때리다가 흥분하면 여성을 가격하는 과격한 성관계 장면이 나온다. 즐거움을 찾는 방법에는 난폭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의 성생활이 즐거운 사람들이 SM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