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세워 시장진출 협력업체 떡고물 챙겨
KT 지하철 광고시장 진출 논란
2013-01-29 김정덕 기자
‘통신 공룡’ KT가 지하철 광고사업에 뛰어들었다. 2008년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광고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스마트채널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다. 스마트채널은 2011년 KT자회사로 편입됐다.
수많은 영세기업이 경쟁하는 지하철 광고시장의 규모는 500억~600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영업이익만 1조원이 넘는 KT가 뛰어들기엔 시장이 작다. 덩치 큰 공룡이 생태계를 파괴했듯 KT가 비좁은 지하철 광고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시장은 진흙탕으로 변했지만, 원인 제공자인 KT는 모른 척하고 있다. 시계추를 2006년으로 돌리자. 서울시는 당시 ‘디자인 서울’의 일환으로 지하철 내 광고액자를 교체했다. 명함이나 전단물이 꽂힌 액자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도시철도공사가 맡고 있던 5•6호선의 지하철용 광고액자가 교체된 후 문제가 생겼다. 그 액자의 특허권 때문이다.
2009년 도시철도공사 지하철 광고사업권을 딴 스마트채널은 광고액자 교체 시공사로 KT를 선정했다. 자회사가 본사에 왜 하청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 스마트채널 관계자는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임원이 퇴사해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없었던 KT는 광고액자 공급업체로 세전사를 선정해 하청을 줬다. KT협력업체인 세전사도 전문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지하철용 광고액자 생산업체 민아트와 에이엘에 일을 맡겼다.
하지만 지하철 광고액자 전문업체는 따로 있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의 광고액자를 교체한 코드에이였다. 5•6호선 지하철에도 광고액자를 시범설치한 이 회사는 공식발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련 특허권을 가장 먼저 취득한 업체도 코드에이다. 코드에이 관계자는 “어찌된 건지 전문업체인 우리가 사업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코드에이는 2011년 4월 스마트채널에 자신들이 특허권자임을 밝히고 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광고액자) 공급업체끼리 알아서 해결할 일 아니냐”는 거였다. 코드에이가 스마트채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뒷짐만 지고 있던 스마트채널은 하청업체인 세전사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당하고만 있을 세전사가 아니었다. 곧바로 코드에이를 상대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스마트채널은 모기업인 KT법무센터의 법률지원까지 받으면서 관련 업체들을 압박했다. 업계가 소송으로 뒤범벅이 된 것이다.
결과는 코드에이의 패배. 막대한 소송비까지 지불하며 특허권을 지키려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코드에이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지하철 광고판 관련 기술력을 쌓아왔는데, 한순간에 쓸모없게 됐다”며 “KT가 뛰어들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스마트채널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채널은 2011년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