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보단 패키지 SW 육성해야
한필순의 易之思之
SW산업은 어떤 분야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차이난다. SW 전문기업 독일 SAP와 국내 A사를 보면 알 수 있다. SI사업에 집중한 A사와 ERP사업에 초점을 맞춘 독일 SAP의 연간 매출액의 차이는 2배다. SI산업은 지속적으로 고정비가 지출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휴학계를 낸 대학생이 100만명에 이른다. 취업준비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은 6.7%이지만 체감실업률은 20%에 달해 젊은이에게 좌절은 습관이 돼버렸다. 중장년층도 전쟁을 치른다. 재취업 전선에 나선 50대 이상은 비장한 각오로 ‘직장찾기’ 전투를 벌인다. 퇴직금을 탈탈 털어 치킨집ㆍ카페편의점 등을 차리는 중장년층도 많다. 그런데 4곳 중 3곳은 4년 안에 폐업한다.
비극이다. 또래 집단에서 밀린 청년과 창업에 실패한 부모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2011년 제조업 일자리 수는 6만3000개로 2010년보다 늘었다. 하지만 20대의 몫은 1만9000개로 줄었다.
습관 돼버린 젊은이 좌절
그사이 6만명이 넘는 부모세대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화두는 일자리다. 청년의 눈물을 닦고, 고단한 부모세대를 쉬게 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아울러 일자리를 뺏고 뺏기지 않을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해결이 되지 않으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부모가 앞길 창창한 자녀의 일자리를 뺏어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일자리 국가’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일자리가 있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이다. 평균적으로 SW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보다 1.6배 더 많다. 똑같이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SW산업이 제조업보다 1.6배 인력고용을 더 많이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SW 분야의 일자리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10년 동안 10만명 선에서 변화가 없다. SW 분야가 취업유발계수가 높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한 산업분야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는 걸까. 혹자는 대기업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따라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하는 철조망을 쳐도 대기업은 SW 분야를 호시탐탐 노린다. 예를 들어보자. 독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SAP는 인적ㆍ물적 등을 관리하는 기업이다. 패키지(PKG) 기반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관리한다. 이 기업의 2011년 매출액은 약 20조원. 고용된 직원은 5만5000명이다. 1인당 연간 매출액이 약 36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액수다. 반면 국내 굴지의 시스템통합(S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A사의 연간 매출액은 23조원이다. 직원은 1만명에 달한다. 연간 1인당 매출액은 약 23억원 수준이다.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하면 A사는 SAP의 절반에 불과하다. 물론 독일 SAP와 국내 A사의 매출규모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SAP는 전세계 130개국에 지점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서다.
SW산업 이해부족 심해
중요한 건 같은 SW산업이라고 해도 어떤 분야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국내 SW산업이 10년째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바로 이런 벽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SW산업의 이해부족에서 기인한 문제라는 것이다.
SI산업은 SW산업의 중요한 발전요소다. SI사업은 매출이 늘어나면 고정비(인건비)도 증가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업이다. 국가 입장에서 볼 때 수출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SI산업보단 패키지 SW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아쉽게도 10여년 전 중소기업 ERP시스템 사업을 정부에서 추진했는데 시행착오 끝에 도중에 중단됐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ERP시스템과 같은 패키지 SW산업에 눈을 돌리길 바란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SW 산업이 수출 진흥책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