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이익에 최소 세금 내는 기업
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최근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가 포스팅한 글을 아래에 옮긴다. 본인의 허락을 받지 않았지만 공유대상 분류를 전체 공유로 표시한 정보이므로 복사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재벌이 국가와 서민을 위한다면 조금 봐줄 수도 있다. 삼성은 세금은 안 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유럽의 기업은 그렇지 않다. 스웨덴 법인세는 50.2%, 독일은 36.0%, 프랑스는 44.0%인데 2010년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법인세 22%+지방세 2.2%)였다. 그나마 삼성은 각종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아 실제 납부한 실효세율이 2010년 12%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는 17%였다. 우리 재벌이 비난받고 있고,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이런 재벌체제가 존속되기 때문이다.”(공계진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
1월 둘째주 주말 증시가 폐장한 뒤 곧바로 삼성전자의 2012년 영업결과가 공시됐다. 회사측에 의해 영업보고서 등 공시서류가 정식으로 나오는 것은 3월초다.
하지만 투자자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관심사항인 2012년 매출액, 영업이익 등은 미리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2년 매출액은 201조원, 영업이익은 29조원을 기록했다. 2012년 매출액은 2011년(165조원)보다 22%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1(16조원) 보다 무려 81% 넘게 증가했다.
얼마나 큰 액수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국내기업 사상 최대 매출액이고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GDP가 1237조원이었고, 2012년 GDP성장률을 한국은행이 예상한 것과 같이 3.0%로 본다면 2012년 GDP는 대략 1270조원 안팍일 것이다. 2012년 1개 기업이 지난해 예상 GDP의 15.8%에 달하는 규모의 매출액을 달성했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영업이익 29조원도 역사적인 기록이다.
대단한 기록에 숨은 얼굴
하지만 필자나 서민은 숫자놀음을 즐길 여유가 없다. 삼성전자 주주나 증시의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런 영업실적은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감이 든다. 듣기 좋게 말하면 위화감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
노조도 없고 노동의 대가에 대해 어떤 언급도 봉쇄돼 있으면서 임금수준의 움직임은 회사의 영업실적이 좋든 나쁘든 전혀 다른 변수에 따르는 삼성전자의 노동자에게 한번 물어봐 주길 바란다. 이런 사상 초유의 훌륭한 영업실적으로 자신의 노동이나 회사에 대해 자긍심이든 자부심이든 그 어떤 호감이라도 느끼는가 말이다.
필자는 오히려 일종의 배반감만 더 커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삼성전자 하청기업도 이런 사상최대의 실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을 것이다.
노동자 임금과 마찬가지로 먹고살기도 빠듯한 가격으로 기자재를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소득을 벌고 있는 이들은 그렇다고 치자. 필자를 비롯한 서민이 갖는 배반감은 삼성전자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책임,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 데 기인한다. 최대이익을 내는 회사가 세금을 국내 대기업 중에서 가장 적게 낸다.
세금 규모만이 아니다. 법인소득세 실효세율이 2010년 소득의 경우 11.9%였다. 지난해 세금도 비슷할 것이다. 국가로부터 세금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 더 많이 투자하고 연구개발비를 쏟아 국가 전체 GDP성장이나 성장잠재력 배양에 기여했다는 명분으로 투자세액, 연구개발비 공제 등의 세금할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키운 게 아니다. 사유재산 축적을 도와준 정도가 아니라 축적해 준 것이다. 돈 많이 번 부자에게 빈자가 지갑을 털어 축하금을 갖다준 격이다. 사적자본의 확대축적을 위해 조세형평의 윈리를 깬 것이다. 국가가 다른 기업과 형평에 맞게 당연히 걷어야 할 세금마저 할인해 준 것 아닌가. 아무리 재벌정권이라지만 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