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大馬)도 때론 힘들다…안팎으로 어려운 삼성
대장주 위력 꺾여 목표주가 12.8% 하락…대만 훙하이그룹의 견제로 신경전
대마(大馬)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고전하고 있다. 기세등등하던 ‘대장주’ 위력도 꺾이고 경쟁사의 견제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추락만 남았을까, 아니면 지쳐가는 대마에게도 날개가 있을까.
한국투자증권은 19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의 19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낮췄다. 서원석 연구원은 “유럽 재정 위기 영향으로 세계 수요가 줄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부문 실적이 좋지 않고, 경쟁업체의 주가 하락 요인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2.8% 낮췄다”고 밝혔다.
2분기 실적 전망도 하향세다. 서 연구원은 “2분기 매출은 49조2000억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 순이익 5조5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고 말했다. 업계 전반에 삼성전자의 하향세를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200만원)를 제시했던 동양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낮춰 잡았다. 기존에는 2분기에 7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6조6500억원으로 6% 내렸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환율로 인한 이득보다 반도체 부문의 가격 하락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D램 제조 원가 절감이 예상만 못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애플의 아이폰5 출시 등 뛰어넘어야 할 악재가 잠복해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삼성전자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실적 가이드라인을 낮춰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과열된 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를 괴롭히는 것은 내부적 악재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돌아눕기만 해도 눈에 불을 켜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경쟁사들의 견제도 만만찮다.
특히 대만 훙하이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쏟아내는 막말은 가관이다. 궈 회장은 LCD(액정디스플레이)사업에서 일본 샤프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을 앞서겠다는 발언을 했다. 훙하이그룹은 대만 최대의 전자부품 회사로 애플·아이폰 등을 위탁생산하는 팍스콘의 모기업이다.
훙하이그룹 계열의 히타치액정디스플레이와 샤프, CMI의 전 세계 LCD패널 시장 점유율 합계는 23% 수준으로 각각 점유율 25~26% 선인 삼성전자와 LG 디스플레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궈 회장은 지난 18일 대만 신베이시 본사에서 열린 그룹 주주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샤프의 첨단 기술은 삼성보다 우수하다”며 “샤프와 협력해 삼성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 샤프 공장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해 투자했다”며 “샤프와의 공조로 고화질과 고선명도 제품을 만들어 충분히 삼성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와 손잡으면 삼성을 타도할 수 있다”는 궈 회장의 러브콜에 자존심을 꺾고 대주주 자리를 내준 샤프의 내면에도 ‘반(反) 삼성’이 팽배해 연합 전선 구축이 가능했다. 지난 3월 폭스콘은 샤프의 지분 9.9%를 670억 엔에 인수했고 디스플레이, 패널, 모바일, 가전제품 등 부문에서 샤프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3월 샤프와 소니의 패널 합작사인 사카이 LCD 공장 지분의 절반을 확보하면서도 “사카이공장의 첨단 기술이 삼성전자보다 낫다”며 삼성전자를 붙들고 늘어진 전례가 있다. 평소 ‘타도 삼성’을 외쳐온 그의 막말 시비에 삼성전자는 공식 대응은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 문제와 겹쳐 속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