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는 없어 정보에 현혹되면 쪽박
이난희의 Let's make money | 냉정한 주식시장 읽는 법
도박판에는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농담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농담이 주식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이다. 처음 주식을 접하는 초보 투자자가 수익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1%에 해당하는 투자자만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나머지 99%는 언젠가 실패를 맛보게 된다. 주식투자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배짱과 기술적인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식투자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즐거움을 뒤로 한 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휘둘리기 때문에 실패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원금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하수’, 원금은 지켜내는 ‘중수’,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수’다. 물론 고수를 뛰어넘는 달인도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문제가 되는 하수를 주목해보자.
필자는 전문가 방송을 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를 만났다.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 먼 지방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투자자도 있었고, 우리와 밤낮이 다른 미국의 투자자로부터 상담 전화를 받은 기억도 있다. 신기한 것은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천차만별이지만 실패담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순한 규칙을 지키지 못해 실패를 경험하고 있었다.
하수의 특징 중 하나는 너무 많은 종목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1000만원의 투자 원금으로 20종목을 넘게 보유하는 투자자도 있다. 이들이 보유한 종목을 보면 시장 가판대 위의 물건들을 연상케 한다. 자신만의 투자원칙이 없다는 얘기다.
주식 하수가 원칙 없이 많은 종목을 보유하는 것은 행여 미리 사놓지 않아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잃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런 조바심에 오를 기미가 보이는 종목마다 10주라도 사놓고 보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어지간한 펀드매니저보다 더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결국 자신이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수의 특징은 또 있다. 여자의 마음보다 더 빨리 변하는 차트를 보며 고민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만큼 성공할 확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 매수 종목을 결정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는 족족 떨어지는 경우를 몇번 겪고 나면 주식매매에 지레 겁을 먹게 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주가는 어느새 천정을 뚫고 올라가 버려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주식 하수는 남 탓만 해
이렇듯 대부분의 하수는 수익은 줄이고 손실은 키우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이들은 잘못된 자신의 매매습관을 반성하기보다 애꿎은 기관을 탓한다. 참고하는 방송 전문가가 있을 경우엔 그 전문가를 폄하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하수는 터무니없는 루머에 쉽게 휘둘리는 경향도 있다. 주식 투자의 격언 중 ‘주식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말이 있다. 주의할 점은 주식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호시탐탐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력’이라 불리는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집단은 그 세력의 크기에 무관하게 사용하는 수단이 루머다. “동전 주식이 1000%의 수익을 거둘 것이다” “청와대에서 특정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일제히 사들였다” 등 터무니없는 얘기들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아무리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주식에 관한 루머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주식시장의 정보는 언제나 불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루머의 파장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시장에는 ‘친절한 금자씨’가 없다. 귀가 솔깃한 얘기가 나에게까지 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특성 탓에 구전으로 내려오던 보물선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그 전설들이 하나 둘 구체화되면서 2000년경 주식시장이 보물선 테마로 후끈 달아올랐다. 보물선 관련주들은 보물선 인양을 검토한다는 발표만으로 연속상한가를 기록했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무섭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테마 자체가 워낙 허황되다 보니 수많은 루머들이 확대 재생산 됐다.필자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교수님 중 한분도 보물선 테마의 루머에 걸려들었다. 모 보물선 테마주를 정부기관에서 매집 중이라는 소문이었다. 삼애인더스는 조그만 섬유 업체였다. 당시 삼애인더스의 주가는 2000원에서 1만7000원까지 뛰어올랐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패망하면서 해저에 묻어 두었다는 금괴 보물선을 인양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발견한 배에 아무리 많은 보물이 들어있다고 해도 그 가치가 해당 업체의 시가총액을 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루머는 이성적인 사고를 마비시키는 힘이 있다. 게다가 이 정보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나왔다고 했다. 교수는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순진한 마음에 주식을 매수했다.
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 사실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삼애인더스는 해양수산부에 보물선 금괴 추정액을 10억원으로 신고했지만 공시에는 2만배 이상 부풀린 20조원으로 밝혀 투자자를 농락했다. 현재 삼애인더스는 당연히 상장폐지돼 사라졌다. 이용호 삼앤인더스 회장은 계열사 자금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순진했던 교수님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201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12월 28일이면 폐장한다. 올 한해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횡보장세를 보였다. 내년 역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장밋빛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던 때가 오히려 주식시장의 꼭지였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부정적인 보고서들이 더 희망적이다. 경제는 언제나 부침을 반복하며 사이클을 그려왔다. 기본적으로 경제상황을 따라가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제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인은 앞서 “5년 안에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의 정책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투자해야 할 종목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기회가 다가왔을 때 ‘하수’의 투자법을 따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