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美 ‘가발’로 재연하라

가발 女風

2012-12-21     민숙영 뉴시스 기자

가발시장에 여풍이 불고 있다. 여성 탈모 인구 증가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패션 아이템으로 가발의 활용도가 높아져서다. 가발업체 하이모에 따르면 여성 고객 비중이 2010년 11%에서 지난해 13%로 늘어났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가발 로드숍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발이 남성의 전유물에서 여성의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발의 주된 사용자는 여성이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중천왕의 왕비가 긴 머리의 미녀를 시기해 가발을 만들어 쓰기 위해 장발을 사려고 했다는 일화가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가발은 부녀자의 아름다움과 부를 상징하는 필수용품이었다. 가체와 다리 등으로 머리를 더욱 풍성하고 높게 만들었다. 가발이 유행하며 사치풍조를 조장한다는 판단에 1756년 영조 때는 가체를 금지하고 족두리를 대신 착용하도록 조치했을 정도다.

아주 옛날부터 주로 여성이 아름다움과 지위를 뽐내기 위해 만들어졌던 가발. 1970년대 초반 수출 효자 상품으로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 위주로 시장이 성장해 왔다. 가발전문업체 하이모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하이모의 남성 고객은 91%를 차지한 반면 여성 고객은 9%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라도 하듯 여성 가발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4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전체 가발시장에서 여성용 패션 가발은 이미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모의 경우 여성 고객 비중이 2010년 11%로 뛰어오르더니 지난해 13%까지 늘어나며 여성용 패션 가발인 ‘하이모 레이디’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하이모 관계자는 “최근 패션 가발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여성고객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중년 부부가 함께 가발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현장 분위기를 반영해 여성 전문 브랜드를 따로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여성 탈모 인구수가 남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다. 탈모환자 비율(2011년 기준)을 보면 남성은 10만998명이고, 여성은 9만3737명에 이른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여성 진료인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여성을 겨냥한 가발시장에 활력이 감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 가발이 단지 휑한 머리를 가리는 기능만 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 가발시장은 패션을 등에 업고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머리 가발이나 올림머리를 한 듯한 모양의 부분 가발, 염색에서 펌까지 완벽한 머리모양을 갖춘 전체 가발 등 종류가 다양하다. 10~20대 젊은 여성을 겨냥한 핑크 에이지, 여성용 패션 가발 사업에 뛰어든 한경희 뷰티, 개성 강한 가발과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위나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가발은 남성 가발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여성의 경우 완전 탈모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이마선이 살아 있는 O자형 탈모가 많기 때문이다. 앞머리 선에 본인 모발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로 정수리 부분만 채워주면 되고 본인 모발의 색상과 두께•비율을 맞추면 더 감쪽같다.

여성 패션 가발은 남성 가발에 비해 훨씬 개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여성 가발시장 성장세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가발은 인터넷이나 로드숍ㆍ백화점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민숙영 뉴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