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은 德을 쌓는 과정
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1 | 관상과 마음
2012-12-21 양정학 원장
세월이 흐르면 노랫말이 바뀐다. 관상도 달라진다. 관상은 골상에서 비롯되고, 골상은 자신의 심상心象(감각으로 획득한 현상이 마음에서 재생된 것)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뀌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하면서 ‘마음이 고와야지 여자지’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낮에는 따사로운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를 남자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간절히 바라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렇듯 구체적이다. 이성에 대해 바라는 바, 요구사항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남녀관계가 복잡해졌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는 강남스타일을 꿈꾼다. 여자들에게 ‘낮에는 숙녀, 밤에는 요부’가 되길 바란다. 노랫말처럼 낮에는 따사로운 여자(마음을 헤아린다)가 되길, 밤에는 남자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섹시함을 기대한다)가 되길 원한다. 그런 반전 있는 여자가 남자인 내 옆에서 딱 붙어 있길 꿈꾸는 것이다. 그렇다. 한마디로 자신은 강남스타일도 못 되면서 바라는 것만 많으니 ‘도둑놈 심보’란 바로 이런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라파엘로와 같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꽃을 활짝 피운 미켈란젤로는 한때 예수님의 초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한 청년을 찾으러 먼 길을 떠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모델을 발견하고 마침내 제작을 마쳤다. ‘최후의 심판’이란 제목을 단 벽화의 예수님 얼굴이 그것이다.
그 뒤로 2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즈음 미켈란젤로는 예수님을 배신한 ‘가롯 유다’의 모델을 찾고 있었다. 어렵사리 모델을 교도소에서 발견했다. 흉악범 중에 한 죄수를 골랐다. 유다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중요한 것은 두 모델이 동일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20여 년 전 예수님을 닮은 순수청년이 유다를 닮은 죄수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정의롭고 순수했던 청년의 얼굴 생김새觀相가 어찌 해서 미덥지 못하고 추한 중년의 얼굴, 사납고 속물스러운 얼굴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나이에 따라, 세월의 부침을 쫓아 관상은 조금씩 변한다.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좋아 보이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나빠 보이는 얼굴이 있다. 이런 경우, 사회생활에서 승자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의 편이 될 것이다.
‘성형’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 관계에서 찾아오는 ‘잃어버린 자신감을 다시 찾는 회복탄력성’에 있다. 문제는 마음(심상)이다. 성형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다시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