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보다 백인이 수영 잘하는 이유

박창희의 비만 Exit | 양날의 검 ‘지방’

2012-12-21     박용선 기자

인체에 체지방이 쌓이는 것은 에너지 연소와 저장이 불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다. 과식을 통한 영양과잉이나 운동부족이 계속되면 에너지 연소는 감소하고 저장량은 증가한다. 바로 체지방 축적의 원인이다.

인간의 몸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시에 비만의 원흉인 지방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상엔 비만인 동물이 두 부류다.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 가家 자를 보면 돼지 시豕가 집 면 아래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돼지와 인간은 왜 한지붕 아래 같이 살기 시작하게 된 걸까. 살찌고 더러움의 대명사인 돼지와 위생에 관한한 지나치게 깔끔을 떠는 인간의 한집살이는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지방의 역할과 특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체조직이다. 피부 밑에 일정량이 쌓여 있는 피하지방은 쿠션처럼 외부 충격을 완화한다.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는 단열재 역할을 하고,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상황에선 비축해둔 에너지를 방출해 생명을 유지해준다. 지방은 혈관이 없으므로 대부분 흰 빛을 띤다. 수분이 없어 무게에 비해 부피가 크다.

돼지는 뱀에 물리더라도 혈관이 없는 지방의 특성상 뱀의 맹독이 잘 퍼지지 않아 쉽게 죽지 않는다. 사실 돼지는 인간의 집에 수시로 출몰하는 뱀을 육중한 체격으로 밟아 죽인 후 잡아먹는 용맹한 동물이었다. 돼지가 뱀을 막아줬고, 그 대가로 인간은 먹고 버리는 잔반을 돼지에게 제공했다. 한지붕 아래 상호간 전략적 제휴가 시작된 것이다.

지방은 운동경기, 특히 수영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흑인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량이 많은 백인선수는 올림픽 수영경기의 금메달을 독식한다. 수분이 없고 부피가 큰 지방이 ‘천연 라이프 재킷’이 돼 수중에서 유리한 부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수분이 적은 지방의 특성상 비만인은 벼락에 맞을 확률이 적다. 기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을 구할 수 없거나 무너진 건물 속에서 장기간 버텨야 하는 극한상황에서 체지방이 충분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적당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몸에서 없어선 안 될 지방. 하지만 지나치게 많을 때는 건강의 적으로 여겨진다. 과거 입던 옷을 다시 입기 위해서 늘어진 뱃살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든,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고혈압·복부비만·고지혈증·당뇨 등 심혈관질환의 여러 위험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판정을 받은 충격적 이유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지방을 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높아진 건강 의식과 다이어트 열풍으로 과잉섭취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 지나치게 적어도, 과하게 축적돼도 안 된다. 지방은 양날의 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