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에 숨어 있는 소통기술
김성회의 리더학 개론
흔히 상사들은 자신이 말을 많이 하거나, 부하들과 자주 만나는 것만으로 소통을 잘한다고 착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리더가 영양가 없는 일방통행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부하들은 귀찮아하거나, 기피하거나, 소귀에 경 읽기식으로 흘려버리기 십상이다.
‘하라면 해’ 하는 식의 일방통행 소통을 하면서 “나는 하루라도 소통을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자족하지는 않는가. 부하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공감·교감·영감·자신감·쾌감을 주는 이른바 ‘오감소통’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공학의 4C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맥락(Context)’이 중요하다. 부하가 궁금해 할 사항부터 먼저 말해줘라. 예전에 비해 부하들에게 전해지는 정보는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럼에도 부하들이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정보의 ‘영양가’가 없기 때문이다. 영양가는 정보의 중요도가 아니라 부하의 필요에 부합하는가의 문제다.
다시 말해 맥락에 닿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보다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전진 배치할 필요가 있다. 상사의 소통에서 핵심이 돼야 할 점은 직원들에게 ‘내가 왜 상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나’를 설득하는 일이다.
둘째, ‘명료성과 개념(Clarity & Concept)’을 갖춰야 한다. 리더의 소통에는 알맹이, 다시 말해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성과는 부하들에게 어떻게 돌아갈지 생생하고 분명하게 그려줘라. 그리고 그 판을 짜는 데 당신의 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줘라. 명료성은 당신의 학식이 아니라 그간에 쌓은 신뢰와 상식에서 비롯됨을 상기하라. 명료하게 전달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게 하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마련이다. 상사는 ‘아’ 하고 말하더라도 부하들은 자신의 기대와 희망에 따라 ‘어’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소통을 못하는 리더는 ‘말’을 못하는 리더가 아니라, 늘 “내 본래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하며 답답해하는 이들이다.
말해서 뒷감당 안 될 것 같은 문제는 차라리 보류하라. 말하기 전 부하의 입장에서 당신의 말이 확대 왜곡될 여지는 없는지 한 번쯤 검토해보라. 재론과 이론의 여지가 없이 명확하게 전달해야 오해가 없다.
셋째, ‘배려(Caring)’는 기본이다. 조직 구성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때에 따라서는 배려심을 발휘해야 한다. 상명하복, ‘복종만이 당신들의 할 일’이라고 내리꽂으면 부하의 마음에 도달할 수 없다. 부하를 목적이 아닌 도구로만 이용하려 드는 것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돼 있다. 그런 상사는 결코 성과를 내기 힘들다.
TV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밥 짓기 경쟁 장면을 기억하는가. 한 상궁이 최 상궁에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밥 짓기 기술과 재료, 기기 때문이 아니라 심사를 맡은 각 상궁이 진밥·된밥 중 어떤 밥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표현하는 상사가 말 잘하는 상사보다 한 수 위다.
넷째, ‘공헌(Contribution)’을 콕 찍어 이야기해줘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의 성과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만큼 공헌하게 될지 부하에게 분명히 전달해줘야 한다. 가능하다면 목적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상호대조 확인까지 하라. 부하가 설정한 목표는 대개 상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조직의 목표는 성과창출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각자가 어떤 역할과 공헌을 할 수 있을지 공유하고, 그 공헌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낄 때 진정한 소통과 동료의식은 싹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