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완전합의 불가능… 벼랑 피해도 비탈 만나
[Cover 파트3]리서치센터장 5人에게 물었다 - 재정절벽 협상, 그 후…
미국 재정절벽의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여당은 부자증세를, 야당은 사회보장지출 감축을 주장한다.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 여야가 재정절벽 관련 협상에 실패하면 글로벌 경제는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The Scoop가 재정절벽 협상 방향을 예측했다. 국내 리서치센터장 5명이 도왔다.
재정절벽 문제를 둘러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백악관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공화당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조롱했다. 반대로 공화당의 제안은 “부자증세 없이는 협상도 없다”며 민주당이 단칼에 거부했다. 양쪽 모두 언론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협상이 복마전 양상으로 흐르자 언론은 여야 관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있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재정절벽을 피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느냐다. 국내 리서치센터장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결국은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는 극단적인 상황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부자증세 vs 사회복지예산 축소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양당 모두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내년까지 큰 선거가 없어 표를 의식한 ‘쇼잉 정치’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이전에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의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첫날인 11월 7일(현지시간) 가장 먼저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정절벽 문제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협상을 마무리 지을 시기가 왔다는 얘기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8월 부채한도 상향조정 과정에서 촉발한 재정절벽 문제가 1년이 넘게 계속된 이유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에서 찾을 수 있다”며 “물론 의회와 백악관을 동시에 장악한 당이 없어 협상이 지지부진하지만 결국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의시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센터장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세율이 인상된다고 해도 재무부가 원천징수세율을 유지한다면 급작스런 충격을 막을 수 있어서다. 긴박한 상황이 닥쳐야 타협점을 찾는 정치권의 행태를 감안하면 데드라인은 올해 말이 아니라 임시예산이 종료되는 내년 3월이라는 분석이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자증세안은 여야의 성향 상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양쪽 모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 1월, 늦어지면 3월까지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향후 10년의 세제 ·재정지출의 청사진을 그리는 중대한 변화인 만큼 연내에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2013년 2~3월에 협상이 완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안으로 큰 그림은 그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2000억 달러만 더 쌓이면 정부부채가 법정한도에 도달해서다. 지난해 여름 미국 의회는 정부부채 법정한도를 2조1000억 달러 늘린 16조4000억 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12월 12일 미국 재무부가 밝힌 10~11월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총 2920억 달러에 달한다. 월 평균 1500억 달러의 부채가 쌓이고 있다. 더 이상 협상을 늦출 여유가 없는 것은 부채증가 속도 때문이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채한도 상향조절과 임시 지출안 승인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용대인 센터장은 “실질적으로 의회를 통과하는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전망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의 합의는 올 연말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부부채 법정한도를 늘리고 가구당 25만 달러 미만의 중산층에 대해선 기존 감세조치를 유지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지난 4년간 크게 악화된 정부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채워 넣느냐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16조원이 넘는 국가부채를 낮추기 위해선 신규 세수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25만 달러(개인은 2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한도를 현행 35%에서 39.6%로 올려 세수를 1조 달러 더 확보하고, 각종 세제 혜택의 축소 ·폐지를 통해 600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반면 공화당은 부유층 증세안을 실행할 경우 투자 심리가 위축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신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등 사회보장성 예산에 칼을 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어떤 협상결과를 도출할까. 센터장들은 엇갈린 의견을 냈다.
재정확충방안, 실효성 있는 합의 어려워 박연채 센터장은 “고소득층 감세 혜택은 결국 폐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제 혜택 연장 여부가 재정적자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재정적자 전망’에 따르면 전면적인 세제혜택 연장조치가 단행될 경우 201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1%포인트나 상승한다. 반면 정부지출 축소의 재정적자 개선효과는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고 있다.이준재 센터장은 “상위 2%의 340억 달러 감세 혜택 연장을 위해 나머지 98%의 2880억 달러 감세 혜택을 늦추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공화당 내 극우파인 티파티(Tea Party)의 입지가 약화된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측 모두 주장을 굽히지 않아 ‘미봉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김지환 센터장은 “부자증세와 사회보장예산 축소 문제는 당의 이념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 쪽이 양보하기 어렵다”며 “부자증세는 한시적으로 연기되고 사회보장 지출 축소는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절벽 발생 가능성은 낮추겠지만 재정방안은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지환 센터장은 “당장의 경기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끼치겠지만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절벽 협상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5인의 센터장이 모두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박연채 센터장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가 20년 평균치인 20을 밑돌고 있다”며 “뉴욕증시에는 이미 재정절벽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용대인 센터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미국경제와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투자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미국의 재정건전화 작업을 고려하면 합의 이후 이머징 마켓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