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그림자 걷히면 무서운 리스크 남는다

세계불황 주범 섀도 뱅킹

2012-12-06     심하용 기자

철옹성 같았던 리먼브라더스를 무너뜨린 주범 중 하나는 섀도 뱅킹(그림자 은행)이다. 은행이 아니면서도 은행기능을 하는 섀도 뱅킹에서 자금을 조달했다가 화禍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섀도 뱅킹의 리스크는 그만큼 크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섀도 뱅킹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규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섀도 뱅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25개 국가의 섀도 뱅킹 규모는 67조 달러로 2007년 62조 달러에 비해 5조 달러 늘어났다. 한국도 전체 금융산업에서 섀도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 비은행연구팀이 10월 25일 발표한 ‘우리나라 섀도 뱅킹 현황과 잠재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섀도 뱅킹의 규모는 1268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자산(2485조원)의 51%에 달하는 수준이다. 섀도 뱅킹이란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와 금융상품을 총칭한다.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신용보증기관 등 은행 외의 금융회사와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한 각종 펀드, 자산유동화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금융상품이 여기에 속한다.

섀도 뱅킹은 자금조달기능을 한다. 은행의 한계를 보완하고, 금융기관의 경쟁을 촉진해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준다. 문제는 섀도 뱅킹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아 유동성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 중앙은행의 유동성공급, 예금보험 등 공적부문의 지원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기 때문에 리스크 부각 시 대규모 자금인출사태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또한 ‘레버리지’ 효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약해질 공산이 적지 않다. 결정적으로 은행 등 다른 금융부문과의 상호연계성이 높아 특정부문에서 발생한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도 있다. 작은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큰 화재가 되는 격이다. 섀도 뱅킹에 의존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것은 대표적 사례다.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섀도 뱅킹의 비율은 102.3%에 이른다.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영국은 476.8%, 미국은 160.1%, 유로지역은 175.4%다. 하지만 국내 섀도 뱅킹의 증가속도는 무척 빠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규제강화로 섀도 뱅킹의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증가율이 11.8%에 달한다. 국내 섀도 뱅킹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섀도 뱅킹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규제를 강화해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정원경 한국은행 비은행연구팀 과장은 “섀도 뱅킹은 건전성이 악화되면 다른 부문으로 리스크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다만 국내 금융산업이 성장단계에 있는 점을 감안해 섀도 뱅킹의 역동성을 과도하게 저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