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단일화의 경제학

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2012-12-03     정영주 더스쿠프 회장

선거에서 후보 또는 선택 대상의 단일화가 이뤄지면 투표자의 비용은 줄어든다. 후보에 대한 선택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후보의 수가 줄어듦으로써 투표하기 전 후보들의 공약이나 전력前歷을 서로 비교하거나 진정성을 가늠하는 일 등에 소요되는 실제비용이나 기회비용이 축소되는 것이다.

후보가 1명인 경우는 극단적으로 경제적이다. 경제적 선거를 위해 후보들이 1개 또는 공통공약을 앞세워 몇 개 그룹으로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 소비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경제성에만 매달리다 보면 선거 자체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떤 일군一群의 정치 소비자에게 있어서 선거는 형식적 절차 이상의 의미는 없다. 유권자에게 선거는 있으나 마나 한 일이 되지만, 반대로 정치 생산자인 후보에게는 유리해진다.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겠다. 1972년 말, 군인 신분이었던 필자는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병영에서 했다. 당시 필자는 이 투표를 유신헌법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각각 단일화를 이뤄 두 후보가 나와서 겨루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 투표가 ‘애국愛國 캠페인’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서는 “유신헌법을 찬성해야 한다”는 일방적 강제논리를 반박했다.

그런데 만일 이때 찬•반 두 후보가 다시 단일화를 해서 찬성 또는 반대 후보 1인만으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어떨까. 정치 소비자들의 투표행위가 있기 전에 이미 후보자들 사이의 단일화만으로 선거 결과는 나오게 된다.

선거 없이 결과가 나오므로 경제적이다. 투표자들의 선택도 없고 선거비용이 아예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선거로서는 의미를 잃는다. 이것이 전두환식 체육관 선거 혹은 박정희식 유신헌법 찬•반 투표 같은 선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선거는 선거로 볼 수 없다.

“단일화 정권교체 수단 아니다”

정치 소비자 쪽에서만 단일화로 인한 경제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치 생산자에게 발생하게 되면 그 효과는 오히려 더 크고 분명하다. 경쟁후보나 공약이 사라짐으로써 선거비용이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을 앞두고 여당도 야당도 단일화를 하고, 국민들도 이에 호감을 갖는 것이다. 요즘 같은 세계 경제위기 시대에는 그것이 ‘경제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단일화 자체를 정권교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한명이었던 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11월 23일 돌연 후보직을 사퇴했다. 결과만 보면 대선에서 유력 야당 후보들의 단일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단일화의 결과로 유리해진 사람은 누구인가. 반대로 불리해진 사람은 누구인가.

유권자의 손해가 가장 크다고 본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치 소비자들이 그동안 지속돼온 안철수 현상에 대해 판단할 명분마저 사라진 것이다. 안철수 현상의 배후세력이라고 추정되는 주체도 심판을 받지 못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불리한 결정이었다.

안철수 전 후보의 결단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단일화로 유리해진 쪽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안 전 후보 지지세력이 문 후보 진영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여서가 아니다. 지지도 하락의 ‘리스크’가 따르는 안 전 후보와의 차별적 정책을 더 이상 공약으로 제시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 후보만 일방적으로 유리해진 것도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유리해 졌다.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안 전 후보 지지세력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어떤 일군의 정치 소비자에게 이번 대선은 의미 없을 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말은 ‘정권교체를 위해 정권교체 해야 한다’는 말처럼 공허한 동어반복同語反覆일 확률이 높다.
정영주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