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교한 염탐의 기술, 이기지 못하면 인수하라

구글 페이스북 협력사 M&A 입방아

2012-12-02     정다운 기자

구글이 똑같은 일로 두번이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페이스북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진행했던 인수ㆍ합병(M&A)이 이유다. 빠른 추월을 위해 정당 경쟁보다는 편법을 썼다는 평가가 쏟아지며 실리콘밸리의 ‘대부’ 구글의 위신이 추락하고 있다.
 

올해 8월 진행된 구글의 와일드파이어 인수가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연말이면 선정하는 IT업계 최고의 M&A 사례로 뽑혀서다. 하지만 ‘최고’라는 말 속에는 비아냥거리는 어투가 다분하다.  포춘은 구글이 ‘이기지 못하면 인수하라(If you can't beat it then buy it)’ 경영 지침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구글의 인수가 단순히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구글 플러스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출범했다. 구글의 강점인 검색ㆍ유튜브ㆍ안드로이드 플랫폼 등 120개 서비스를 결합하는 전략을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SNS 시장을 공략했다. 현재 구글은 빠르게 가입자를 모으며 SNS 마케팅 시장에서 페이스북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구글이 페이스북의 최대 마케팅 협력사인 와일드파이어를 인수한 것이다.

와일드파이어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 광고 노출을 대행하는 기업이다. 코카콜라ㆍ나이키ㆍ아마ㆍ•버진 등 글로벌 톱브랜드 50개 업체 중 30개를 고객사로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주요 홍보 채널인 페이지(홈페이지와 유사한 기능으로 기업ㆍ기관 등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홍보하는 공간) 관리 등을 담당하며 오래 전부터 페이스북의 최대 마케팅 파트너로 입지를 다졌다.

IT 전문매체 올씽스D는 “페이스북의 최대 경쟁사(구글)가 페이스북에 특화된 마케팅 서비스를 구매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CNN 역시 “구글이 라이벌 페이스북으로부터 돈을 버는 흥미로운 위치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와일드파이어에 의존도가 높은 페이스북이 갑작스럽게 협력관계를 중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 내부 마케팅 전략이 구글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뜻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와일드파이어가 구글의 페이스북 염탐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본적으로 구글은 페이스북의 고객 관리 패턴과 활용 방법을 끌어올 수 있다. 와일드파이어가 오랜 기간 페이스북 고객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며 분석해왔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 진행되는 광고 캠페인마다 기획 단계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는 것은 물론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심각하게는 페이스북이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업데이트를 위해 연구 중인 최신 정보까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춘이 추정한 구글의 와일드파이어 인수금액은 3억5000만 달러다. 구글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페이스북의 ‘진로 방해권’을 구매한 셈이다. 일단 페이스북의 질주를 막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구글은 경기장에 쏟아지는 관중의 야유가 멈출 때까지 귀를 틀어막아야 할 듯하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 | @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