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병치레 비용 65세 이후 2~3배 증가
당신이 간과하는 은퇴 후 의료비
2012-11-26 강상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일반적으로 ‘은퇴준비’하면 은퇴 후의 생활자금만을 떠올린다. 기대수명의 상승으로 은퇴 후 기간이 늘어나 생활자금을 걱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만큼이나 중요한 이슈가 많은데,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령의 증가와 더불어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가 그것이다.
65세 이전에 지출하는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약 5만8000원(2011년)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이렇게 의료비가 가계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보니 이러한 의료비 지출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65세 이후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65세 이전 수준의 약 4배나 상승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남녀 모두 40세 이전에는 생애 의료비의 20% 정도만 지출하는데 반해 65세 이후에는 절반 가까이 지출한다고 한다. 게다가 노인의료비는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990년 2403억원에 불과했던 노인의료비는 2010년 기준 15조4000억원으로 64배나 증가했고 2030년에는 15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하나같이 의료비에 대한 정책을 쏟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퇴 후 생활비는 예측이 가능하다. 부족하면 줄여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노후 의료비는 필요 시기가 예측 불가능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큰 금액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령자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인구 10만명 당 847.8명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암 종류별 사망률을 보면 폐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다음이 위암•간암 순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환자들 가운데 본인이 부담하는 180일 기준 표준 치료비는 폐암이 1920만원, 위암이 2400만원, 간암이 4140만원이다.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대장암의 경우에는 치료비용이 110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치료비용은 건강보험 진료실적에 드러난 본인 부담 부분을 집계한 금액이다. 건강보험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항암제와 각종 검사비 등의 비급여 부분을 더하면 아무리 적어도 2~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은퇴 후에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지금 건강하다는 이유로 은퇴 후의 의료비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9988234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 아프고 죽(4)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안타깝게도 이런 말들은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반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71세인데 최빈사망연령(한 해에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한 연령)은 2012년 현재 87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병치레 기간이 평균 16년이나 된다는 것이다. 병치레 기간이 긴 만큼 의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생활에서 의료비 준비가 중요한 이유다.
강상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