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미생물 전장에 ‘Made in Korea’ 꽂다
[Cover 파트1] 미생물 연료전지업체 한국바이오시스템
미생물 연료전지에 뛰어든 지 올해로 13년. 기술과 영업면에서 국내 최고가 됐다. 앞으론 세계 최고의 기술로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다. 창업 초기엔 힘들었다. 연구만 하던 것을 응용해 기계로 만든다고 했을 땐 KIST 직원들조차 말렸다.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어라.’ 현문식 한국바이오시스템 대표가 뛴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그는 한라산에 자주 갔다. 자연히 식물에 흥미가 생겼다. 1977년 제주대 식물학과에 입학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산으로 바다로 나갔다. 야생화 채집은 그의 취미였다. 현문식 한국바이오시스템 대표의 이야기다.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제주대와 자매결연 맺은 일본 동북대학교의 교환학생으로 선발됐다. 일본으로 건너간 현 대표는 응용미생물학을 연구(석박사)했다. 5년이 흘렀다. 그는 미생물학 박사가 됐다. 객원연구원으로 경력을 탄탄하게 쌓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 됐다.
소망이 생겼다. 미생물 지식을 기술로 활용하는 거였다. 미생물 연료전지로 수질측량기를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는 국내 낙후된 미생물 기술을 최고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1999년 현 대표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미생물 환경 벤처기업 ‘한국바이오시스템’을 차리기 위해서였다.
출발은 상큼했다. 한국바이오시스템은 KIST와 함께 무매개체형 미생물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산신기술인증획득 제품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자동분석장치를 시장에 내놨다. 미생물 연료전지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은 국내 최초 기업이란 평이 나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시장의 문턱은 높았다. 당시 국내 수질계측기 시장은 해외제품이 점령한 상태였다. 독일과 일본 등 환경 선진국 수입품의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했다. 국내 수질측량기 기술에 대한 평가도 냉혹했다. 오차가 심하고 고장이 자주 난다는 게 이유였다. 국산 기술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인식도 깔려 있었다. 토종 과학도를 자부하던 현 대표는 자존심이 상했다. 참혹한 현실을 이겨내야 했다. 연구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유기물을 산화하는 과정을 미생물 연료전지에 도입했다. 그러자 2개월 걸리던 미생물 배양기간이 2~5일로 줄었다. 친환경 전기를 이용하니 전극 세척과 관리 번거로움도 줄었다. 관건이었던 오차범위도 줄였다. 측정값 오차범위 5% 내외로 신뢰도를 높였다.
때마침 기회가 왔다. 4대강 수질오염을 측정하는 수입제품이 오염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대안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미생물 연료전지 방식의 BOD계측기가 도입됐다. 한국바이오시스템은 단번에 업계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2009년부터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납품 실적이 올라가자 매출도 껑충 뛰었다. 창업 10년 만에 연간 매출액 200억원을 달성했다. 덩달아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국산 제품 라인으로만 수입 제품과 경쟁해 2%대에 머물던 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렸다. 기술력이 증명되자 업계 시선이 달라졌다. ‘국산 기술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파괴된 것이다.
한국바이오시스템은 지금 세계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토종 BOD계측기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줄 참이다. 현 대표는 미생물 연료전지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는 오늘도 달린다. 미생물과 함께….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