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는 실패한 경기대책

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2012-11-20     정영주 더스쿠프 회장

미국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경제 위기 극복 대책은 실패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11월까지 2차례 2조3500억 달러를 푸는 양적완화가 있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지난 9월 또다시 세 번째로 매월 400억 달러씩 찍어냈다. 무기한 양적완화 대책이었다. 미연방은행(FRB)의 3차 양적완화(QE3) 이후부터 매달 400억 달러의 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방은행이 돈을 시중 금융기관으로 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공황적 경제위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지금까지의 2차례 양적완화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인데 3차 양적완화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양적완화의 금융시장 부양효과다. 지금까지 세차례의 대규모 양적완화는 예외없이 시행됐다. 이 시점을 전후로 주가를 포함한 금융지표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다우 주가지수만 보더라도 2010년 11월까지 두차례 금융완화의 결과 2011년 7월과 최근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수준을 이미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실물경기 지표는 여전히 침체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유통시장에서 주식의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았는데도 돈의 힘으로 시세가 올라갔다.

결론적으로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금융시장을 벗어나지 않았고 원래 의도된 실물경제의 완만한 자산 인플레 대신, 금융시장 안에서 버블만 키우는 효과를 발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는 경기회복을 위해 QE3를 강행했다.

어떤 증시의 분석가에 따르면 이는 오바마의 승리로 끝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금융시장의 버블이 터지면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이것이 오히려 더 침체를 가속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양적완화가 경기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제한적 효과는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버블만 키운 꼴

오히려 이런 달러화의 양적완화는 다른 나라의 대달러 환율에 파급효과로 크게 나타났다. 미국의 초국적 금융자본은 유가증권이 빠져나간 대신 운용자금이 늘어났으므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해외투자분을 늘린다. 그 결과 달러가 미국 밖으로 쏟아져 나와 문제를 만들었다.

달러자금 유입국의 자국통화로 표시한 달러 시세는 떨어진다. 유입국의 통화는 달러에 비해 평가절상平價切上된다. 유입국은 자국 스스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양적완화 때문에 자국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이라는 환율 비상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중국도 외환시장을 통해 절상압력을 받는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최근에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달러의 가치절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달러자금 유출입의 규제장치가 없거나 규제할 능력이 없는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의 양적완화만 나오면 피할 수 없게 된 딜레마이기도 하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양적완화이므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통화량을 늘리는 효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이 양적완화는 감세나 적자 재정과는 달리 그 자체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늘리지도 않는다.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는 것은 FRB와 미국 금융기관 사이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결과일 뿐 정부의 재정지출이 아니다. 미국으로서는 얼마나 다행인가. 재정지출 없이 경기회복을 도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버블만 키운 금융시장 부양효과가 고작이다. 그대신 교역 상대국에 대해 절상압력을 높여 상대국과의 환율분쟁만 키웠다. 양적완화는 실익도 없이 달러 가치만 떨어뜨린 정책이다. 실패한 경기회복 대책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