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기교로 옛것의 깊이를 찾다
김상일의 Art Talk | 한국화가 강미덕
2012-11-16 김상일 문화전문 기자
강미덕은 벽화나 고분 같은 유물, 또는 불상이나 민화 속 전통 이미지를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단순히 옛 이미지를 차용해 작품을 만드는 복고주의에 머물지 않고 그 속의 조형적 특징을 재발견해 보여준다. 그는 원래 모양을 재현하기도 하지만 부호ㆍ문양ㆍ기호ㆍ약호 등의 변형된 형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징과 은유, 암시라는 추상적 표현을 통해 옛것을 독창적으로 표현한다.
화선지에 천연안료로 채색
자연친화적인 분위기와 함께 일상 속 익숙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그는 작품에서 민속기물이나 전통혼례와 관련된 소품, 꽃•새•나무 등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소재를 쓴다. 간단하고 명확한 윤곽선으로 화사한 봄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깊이 있고 두터운 느낌의 작품의 배경은 추상적이지만 선명하다.
작가는 화선지(장지)에 천연안료를 이용해 채색한다. 중첩된 채색과 뿌리기ㆍ그리기ㆍ찍어내기ㆍ지우기ㆍ흘리기ㆍ번지기ㆍ긁기 등의 다양한 표현기법을 활용한다. 이는 의도하지 않았던 배색을 끌어내고 추상적인 느낌의 이미지를 연출해낸다. 그는 십여 차례의 반복된 채색을 통해 새로운 색채 공간을 창조해낸다. 이 공간 속에서 수많은 생성과 소멸의 반복이 이뤄진다.
조화로운 색채감각에 눈길
강미덕의 작품은 조화로운 색채감각을 보여주지만 기교는 없어 보인다. 다만 현대회화로서의 조형적 깊이를 더한다. 특히 회화적 형태보다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작가는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감정표현보다는 깊이감과 밀도감, 조형적인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조화를 보여준다. 그것이 진정한 회화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미덕의 작품에는 장식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 섬세한 감각 등이 담겨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 것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새로운 개념의 조형기호를 창조해 보여준다. 작가는 냉소적이고 획일화되는 현대사회의 삶에서 잃어버린 정서를 회복시켜 준다. 민화의 원색 이미지를 활용해 민족적인 정서도 함께 보여준다.
전시회 소식
극사실주의 화가 강강훈의 개인전이 11월 8일부터 박여숙 화랑에서 열린다. 작가 강강훈은 20 08년 한국화랑미술협회(KIAF)와 독일 베를린화랑협회(LVBG)가 공동 주관하는 ‘5인 선정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현재 한국 현대미술의 극사실 회화를 이끄는 것으로 평가받는 강강훈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새로운 시도와 내용으로 구성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
최진호展
한국 고유의 석조각을 연구하는 조각가 최진호의 전시가 11월 10일부터 11월 19일까지 한벽원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최진호는 전국각지에서 수집한 ‘화강석’의 특성을 오랜기간 동안 연구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해치상’과 ‘물확(수반)’ 연작을 준비 중이다. 최진호는 이번 전시에서 철과 화강석을 조합한 ‘탑을 찾아서’라는 작품을 통해 작품의 외형적 특성뿐만 아니라 조각가로서 20여 년 동안 연구해온 모든 요소를 집약해 표현해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석조문화의 특징과 잊혔던 한국적 미감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상일 문화전문 기자 human3ks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