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방의 ‘키맨’ 김정은 G2 협조하면 문호 열까

[Cover 파트4] 오바마․시진핑 시대의 북한

2012-11-14     김정덕 기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이 바뀌지 않으면 기대할 것 없다”는 것과 “한국의 대선 결과가 북미•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중심축은 미국과 중국이다.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는 북한이고,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등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두고 국내 언론이 앞 다퉈 대북관계의 변화를 점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학자들마다 전망이 다르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북한의 정치•경제 상황부터 물었다.

- 현재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이하 양무진) : “정치체제는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도적인 절차에 따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특이한 동향도 아직 없다. 문제는 경제다. 북한은 경제정책의 목표를 ‘경제를 발전시키고 주민생활수준 높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28 경제관리개선 조치, 장성택의 중국 방문은 북한의 목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대외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이하 류길재) :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잘 이뤄진 것 같다. 다만 핵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는 소극적이라고 봐야 한다. 개혁개방이라고 해봐야 나진선봉경제특구를 활성화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체제 안정화를 이룬 것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개혁개방의 속도와 수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북한 개혁개방 정책의 선결조건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다. 북한 관련 경제학자들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 북한이 개혁개방 경제정책 성패의 변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이하 이용화) : “북한 내부의 경제개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6•28조치 같은 정책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주변 정세와 여건이 바뀌지 않으면 힘들다.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는 북한에 핵 포기를 강요하기보다는 관계 정상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속도를 올려줘야 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이하 동용승) : “개성공단에 대기업이 못 들어간 이유는 거의 모든 대기업 제품이 미국 수출입관리규정(EAR) 규정에 걸려서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적들이 원하는 개혁개방은 없다’고 말하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미국의 생각이 묻어 있는 규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개방 조치도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

“김정은 개혁개방 의지 강해”

-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재선이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동용승 :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올해 초 북한과 미국이 맺은 2•29 합의를 보라.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의 일시 중단을 약속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에 24만t의 식량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어땠나. 북한은 광명성 3호를 발사해 스스로 기회를 차버렸다.

류길재 :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북핵 문제가 교착 상태에 있는 것은 오바마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핵개발을 고집한다면 오바마 정부는 쉽게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북한의 변화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통일학부) 교수 : “2•29 합의 당시 이미 미국이 광명성 3호 발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대화파’로 불리며 과거 대미협상을 주도한 강석주, 김계관 등을 기용했다. 북한 내부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껏 남북 혹은 북미관계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 정부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한 탓이다. 한국의 대선 상황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용화 :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기존의 정책들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재선 후 정책 양상을 보면 1기 때 못한 것들을 2기 때 하는 경우가 많다. 2•29 합의 이후 성과가 없었으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의 주적이 미국이라면 중국은 절대적인 방어막이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북한을 둘러싼 국제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등장은 북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양무진 : “후진타오는 집단지도체제에 충실했기에 북한의 대외관계에 중재자 역할을 했던 측면이 강하다. 반면 시진핑은 자기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고속경제성장에 필요하다면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미 관계의 개선이 없다면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다.”

류길재 : “후진타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전략으로 경제지원책을 썼다. 후진타오가 경제적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에 시진핑은 동아시아나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중관계의 강화는 시진핑에게 중요하다.”

김연철 : “시진핑은 북중 관계를 중시한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유일한 창구인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나진항 등을 이용해 동해 출항권을 갖기 원하고 노동력에 대한 요구도 있다.

북한을 영향권에 두면서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에게는 패가 많아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핵포기 압박 보다 관계개선이 먼저

시진핑 체제에서는 북중관계가 더 밀접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반론도 있다. 동용승 연구위원은 “중국이 나진선봉경제특구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면서 말을 이었다. “북한은 이미 ‘중국처럼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고 내부적으로 친기업 환경을 조성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경제교류를 확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시진핑의 등장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이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을 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랜 외국 유학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인민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대내외 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김정은 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문호’를 개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와 시진핑의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남한이 대북정책의 ‘열쇠’를 쥘 때도 됐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