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여태 꽁꽁 숨겨온 남편 월급 까보니
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요새 자신이 번 소득을 합치지 않는 부부가 부쩍 늘어났다. 그 나름의 장점이야 있겠지만,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 배우자가 돈을 모으고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경우엔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필자는 그래서 재무상담을 진행할 때 ‘부부 사이라면 소득과 소비를 모두 공개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곤 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소득이 불분명했던 한 부부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 때문에 머리가 아픈 황대승(가명·49)씨와 그의 아내 박은희(가명·42)씨. 수십년 전 황씨의 선조가 땅 인근에 주민들이 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바람에 부부는 땅을 활용하기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으로 최근엔 부동산 취등록세만 500만원을 냈다. 아내는 언제 또 ‘세금폭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요즘 유튜브로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
아내의 고민거리는 또 있다. 월급 액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다. 현재 7년째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남편은 10년 전 사업에서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그때와 비교해 수입이 부쩍 줄어든 게 콤플렉스가 됐는지 아내에게 얼마를 버는지 알려주질 않는다. 그저 생활비 명목으로 다달이 300만원씩 쥐여 주는데, 이런 남편의 태도가 아내는 꽤나 서운했다.
부부가 서로의 소득이나 자산을 오픈하지 않는 경우엔 어떻게 될까. 가장 위험한 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경우다. ‘내가 돈을 모으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착실히 저축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출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의 실망감은 자연히 부부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황씨 부부도 상황이 비슷했다. 2년 전 남편이 “차를 새로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가 그랬다. 남편은 아내가 모은 적금으로, 아내는 남편의 비상금으로 차를 살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부가 동상이몽을 한 셈이다. 아내는 “그래도 남편이 경력직으로 회사를 들어갔으니 생활비를 빼고도 한달에 200만~300만원씩 남았을 것”이라며 “전부 다 저축했다면 1억원은 모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며 내심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그랬을까. 지난 상담에서 아내는 1주일간 남편이 월급을 공개하도록 설득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효과가 있었는지 이번 2차 상담 때 남편은 자신의 월급 액수를 털어놨는데, 월급이 500만~600만원은 될 거라 기대했던 아내의 생각과 달리 남편의 월급은 총 430만원이었다. 상여금도 1년에 50만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이 착실하게 돈을 모아왔다는 점이다. 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활비와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통장에 저축한 결과, 총 4500만원을 마련했다. 필자는 이 돈에 주식(300만원)과 예금 600만원 중 400만원을 보태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5200만원)을 모두 상환하라고 조언했다. 그다음 남편의 월급(430만원)은 부부가 함께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둘은 받아들였다.
그럼 본격적으로 부부의 가계부를 손보도록 하자. 남편이 소득을 공개하면서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에서 130만원 늘어난 720만원으로 조정됐다. 남편이 430만원,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내 박씨가 290만원을 번다. 늘어난 소득을 적용하기 전 부부는 소비성 지출 387만원, 비정기 지출 월평균 50만원, 금융성 상품 154만원 등 총 591만원을 쓰고 1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1차 상담에서 아내 용돈(50만원→30만원)을 줄여 19만원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는데, 이제 남편의 소득까지 온전히 합쳤으니 부부는 현재 149만원의 여유자금을 가진 셈이 된다.
먼저 월 72만원씩 내는 보험료부터 살펴보자. 의외로 부부의 보험은 보장 항목이나 그 범위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렇지만 보험료가 꽤 비쌌는데, 30만원짜리 종신보험이 문제였다. 은퇴하고 나면 연금보험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말에 남편이 몇년 전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가입했다. 모아둔 액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해 적립금 중 일부를 꺼내 썼기 때문이다. 남편의 일이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편도 아니고 사고의 위험이 거의 없는 사무직이기에 종신보험은 해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72만원에서 42만원으로 절감됐고, 150만원을 환급받았다.
그렇게 받은 환급금은 남편의 스마트폰 기기값을 모조리 내는 데 썼다. 온 가족이 알뜰요금제를 쓰는 부부의 통신비는 14만원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남편이 최근 구입한 스마트폰 기기값을 완납하면 좀 더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통신비는 14만원에서 9만원으로 5만원 줄어들었다.
소득을 공개하면서 남편이 용돈으로 얼마를 쓰는지도 알게 됐다. 평소 남편은 직장 동료들과의 스터디 모임을 이유로 일주일에 한번씩 술자리를 가졌다. 그렇게 나간 돈을 계산해 보니 월 100만원에 달했다. 앞으론 아내와 동일한 금액(30만원)만 용돈 명목으로 쓰기로 했다. 가계부에 남편의 용돈이 추가되긴 하지만, 사실상 70만원을 절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의류비(연 300만원)도 손을 봤다. 부부는 성장기인 자녀를 둔 데다 여름옷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겨울옷을 사느라 최근 의류비가 부쩍 늘어났다. 자녀 옷은 구매하더라도 부부는 입었던 옷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식으로 의류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의류비는 연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100만원 줄이기로 했다. 월평균 8만원을 아끼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월 17만원씩 내던 대출원리금은 원금을 모두 갚았기에 지출 항목에서 제외했다.
2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아내 용돈(20만원), 보험료(30만원), 통신비(5만원), 의류비(8만원) 대출원리금(17만원) 등 8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남편의 추가 소득(130만원)을 더하고, 기존 적자(1만원)와 새로 만든 지출항목(남편 용돈 30만원)을 빼면 부부는 총 179만원의 여유자금을 획득한 셈이 된다. 이 금액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더스쿠프
shnok@hanmail.net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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