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계단

오르락내리락 일상

2020-11-25     오상민 사진작가

# 어릴 때 계단은 이동을 위한 수단보다 놀이의 공간이었습니다. 학교 계단에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파트 계단에선 조립식을 갖고 놀기도 했지요. 놀이터 계단에 앉아 조개싸움을 하거나 분필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계단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네요.

# 그중 가장 대중적인 놀이는 ‘계단 가위바위보’입니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겨루는 게임이지요. 가위바위보 한판마다 친구와의 격차가 벌어지기도 하고 따라붙기도 합니다. 가끔은 결승점을 얼마 앞두고 격차가 꽤 벌어진 상황에서 대역전극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때의 짜릿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겁니다. 가위바위보의 세계는 심오합니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으니까요. 

# 요즘이 꼭 그런것 같습니다. 안심할 수도 없지만 걱정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내야 합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바이러스 탓에 삶도, 경제도 오르락내리락입니다. 

# 계단은 오르내리기만 하는 시설물이 아닙니다.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해 줍니다. 계단을 통해 위로 아래로 다니다 보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겠지요. 그곳은 안정적인 목적지이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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